[단독]반전세 보증금 1억 올려준 유일호 “貰든 고충 잘알아… 대책 마련할 것”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2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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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내놓은 아파트는 안 팔리다가 지난해 겨우 처분해 본전만 건졌고, 반전세로 들어온 아파트는 전세난에 보증금을 올려줬습니다.”

집 문제로 이렇게 골치를 썩어 온 사람은 다름 아닌 유일호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사진). 유 후보자는 조만간 열릴 국회 인사청문회를 통과하면 부동산 정책을 진두지휘하게 된다. 지난 10년간 그의 주택 매매 및 임대차 거래 명세는 이 기간 중 시장의 부침(浮沈)과 전세난 등을 고스란히 반영한 ‘부동산 수난사’였다. 그는 한국조세연구원장, 한국개발연구원(KDI) 교수 등을 지낸 재정·조세 분야의 전문가지만 부동산, 교통 등에 대해서는 경험이 많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23일 유 후보자에 따르면 그는 자신이 보유한 서울 중구 소공로 ‘쌍용남산플래티넘’ 전용면적 166m²를 세 주고, 자신의 지역구에 있는 서울 송파구 석촌호수로 ‘레이크팰리스’ 전용면적 135m²에 반전세로 살고 있다.

지난해 초만 해도 그는 1가구 2주택자였다. 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 시절인 2005년 5억9000만 원에 샀던 서울 성동구 행당동 ‘행당한신아파트’ 전용면적 114m²가 팔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유 후보자는 2007년 2월 쌍용남산플래티넘을 분양받은 뒤 2008년 행당동 아파트를 내놨다. 당시 행당동 아파트의 시세는 7억9000만 원이나 됐다. 유 후보자는 이 집을 팔아 기존 대출금을 갚고 새 아파트 잔금을 일부 치르려 했다. 이와 관련해 그는 “보유기간 3년이 넘어 1가구 1주택자에 대한 양도소득세가 면제되는 시점에 집을 내놨는데 마침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지는 바람에 사려는 사람이 없었다”며 “결국 작년 2월에 6억 원 정도에 팔았다”고 말했다.

유 후보자가 14억여 원에 분양받은 주상복합아파트인 쌍용남산플래티넘은 대형 아파트 인기가 급락하며 미계약이 속출했던 곳이다. 입주가 2010년 7월에 시작됐지만 지난해에 유 후보자 아파트와 같은 면적의 미분양 물량이 최초 분양가보다 최고 20%(약 3억 원)나 싸게 분양되기도 했다. 유 후보자는 “새 아파트를 사려고 은행 대출을 많이 받았다”며 “행당동 아파트를 판 돈으로 일부 갚았지만 아직도 대출금이 많이 남아 있다”고 설명했다.

2008년 18대 총선에 출마하기 위해 반전세로 들어간 잠실 아파트는 지난해 보증금 2억 원에 월세 240만 원으로 재계약했다. 2년 전보다 보증금은 1억 원 높이고 월세는 일부 줄였다. 유 후보자는 “월세를 일부 낮추긴 했지만 그동안 전세금이 워낙 올라 많이 낮추지 못했다”고 말했다.

유 후보자는 “저도 세를 사는 사람으로서 전세난의 고충을 안다”며 “뾰족한 전·월세 대책을 만드는 게 쉽지 않지만 고통 받는 분들을 위해 대책을 마련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홍수영 기자 gaea@donga.com
#반전세#보증금#유일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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