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붙박이 외교관 잇단 교체… 충성경쟁 유도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2월 18일 03시 00분


외무성 미국국장-체코대사 등 바꿔… 軍 이어 김정은식 권력공고화 과정
영화 ‘인터뷰’ 단속 등 부담 가중

북한이 외교력 강화를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새 인물로 외국 주재 북한 대사를 교체하고 과거에 없던 새로운 임무를 맡기는 등 고군분투하고 있다.

북한은 최근 한성렬 전 주유엔 차석대사를 외무성 미국국장에 임명했다. 이근 전 외무성 미국국장을 폴란드대사로 내보낸 후속 인사다. 앞서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의 숙부인 김평일 전 폴란드대사는 체코대사로 이동했다.

이들의 이동이 눈길을 끄는 것은 북한 외교관들의 자리바꿈이 익숙한 풍경이 아니기 때문이다. 김평일은 폴란드대사로 17년을 근무했다. 한성렬도 2002∼2006년, 2009∼2013년 주유엔 차석대사를 맡았다. 북핵 6자회담 북한 수석대표였던 김계관 외무성 부상은 1998년부터 12년 동안 대미 협상을 전담하다 2010년 외무성 제1부상으로 승진하면서 이용호에게 자신의 역할을 물려줬다.

이 같은 자리바꿈은 김정은식 권력 공고화 작업으로 평가된다. 군 장성들에게 승진과 강등, 보임과 해임을 되풀이하며 충성 경쟁을 시켰듯이 외교관들에게도 줄서기를 시키는 것이다. 장성택 국방위 부위원장 처형 이후 쿠바 말레이시아 등 주요국 대사를 소환한 뒤 측근으로 교체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지난해 5월 북한은 잘 알려지지 않았던 박창률을 쿠바대사로 임명했다.

외교관들에게 전에 없던 임무도 할당되고 있다. 지난해 유엔에서 인권 결의안 채택 저지를 위해 급파됐던 최명남 외무성 부국장이 대표적인 경우다. 김석철 주미얀마대사는 김정은 암살을 다룬 영화 ‘인터뷰’의 미얀마 배포를 중지시키라는 지시를 이행 중이다.

하지만 도발과 국제법 무시로 고립을 자초한 북한의 근본적인 행태가 바뀌지 않는 한, 외교관들의 노력은 무위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박창률 대사에게는 한-쿠바 수교를 막으라는 임무가 내려졌지만 이를 막기는 어렵다는 게 불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조숭호 기자 shcho@donga.com
#북한#김정은#북한 외교관 교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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