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앗” 수류탄 놓친 훈련병…소대장이 몸날려 감싸안자 “쾅”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2월 2일 11시 19분


코멘트
“언제 어떤 상황에서나 훈련병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여기는 것이 소대장의 기본 책무입니다.”

한 육군훈련소 소대장의 헌신이 훈련병을 구했다. 주인공은 김현수 상사(32). 실수로 수류탄을 놓친 훈련병을 자신의 몸을 아끼지 않고 구한 그는 지난달 30일 육군훈련소장 표창을 받으면서도 “평소에 훈련한대로 했을 뿐”이라며 담담히 소감을 밝혔다.

2일 육군에 따르면 지난달 23일 송모 훈련병은 실제 수류탄을 던지는 훈련을 위해 호 안에 들어간 후 안전핀을 제거하고 “던져!”라는 명령에 따라 수류탄을 던졌다. 하지만 수류탄은 전방 호수에 떨어지지 않고 옆 김 소대장이 서 있는 호에 떨어졌다.

안전핀이 제거된 뒤 실제 폭발까지는 4~5초 밖에 걸리지 않고 두 사람이 서있는 호 사이에는 높이 60cm 가량 되는 분리벽이 설치돼 있을 뿐이어서 내부에서 폭발할 경우 두 사람 모두 생명이 위태로운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었던 것. 송 훈련병은 실수로 수류탄을 놓쳤다는 사실도 모른 채 전방만을 바라보고 있었다고 한다.

김 소대장은 당장 자신에게 닥친 위험 속에서도 반사적으로 움직여 평소 훈련한대로 “호 안에 수류탄!”을 힘껏 외침과 동시에 송 훈련병이 있는 곳으로 넘어갔다. 그리고 키 180㎝, 몸무게 75㎏의 건장한 체격에 방탄조끼까지 입고 있는 송 훈련병을 신속하게 호 밖으로 끌어내고 자신의 몸으로 감싸 안았다. 이후 1초도 안 돼 호 안에서 수류탄이 폭발했다. 두 사람은 모두 다친 곳 없이 무사했다.

송 훈련병은 “수류탄 폭발 직전의 위험 속에서도 자신보다 저의 안전을 먼저 생각한 소대장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특전부사관 출신의 김 소대장은 6년째 육군훈련소에서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그는 지난해 7월에도 당직사관으로 근무 중 의식을 잃은 훈련병을 신속하게 응급조치하고 200m 이상 떨어진 의무대까지 들쳐 업고 뛰어가 생명을 구해 연대장 표창을 받았다.

정성택 기자 neone@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