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키 김 “북한 엘리트조차 전세계 사람들 조선말 쓰는 줄 알아”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월 11일 17시 3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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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가을 수키 김이 북한 평양의 한 야외식당에서 중국제 인스턴트 라면을 먹는 모습. 수키 김은 저서 ‘평양의 영어선생님’을 통해 고위층 자녀마저 철저히 통제되고 있는 북한의 현실을 비판했다. 디오네 제공
2011년 가을 수키 김이 북한 평양의 한 야외식당에서 중국제 인스턴트 라면을 먹는 모습. 수키 김은 저서 ‘평양의 영어선생님’을 통해 고위층 자녀마저 철저히 통제되고 있는 북한의 현실을 비판했다. 디오네 제공
‘종북’ 논란을 일으킨 재미동포 신은미 씨(54·여)의 저서 ‘재미동포 아줌마, 북한에 가다’가 문화체육관광부의 우수문학도서 목록에서 7일 제외된 뒤 이 책과 대척점에 있는 재미동포 수키 김(45·여)의 책이 13일 발간될 예정이어서 화제다.

책의 제목은 ‘평양의 영어선생님’(디오네). 지난해 10월 미국에서 출간된 책의 원제는 ‘Without You, There Is No Us’(당신이 없으면 우리도 없다)로 김정일 국방위원장에게 충성하자는 ‘당신이 없으면 조국도 없다’는 노래의 가사에서 따왔다.

수키 김은 13세 때 미국으로 건너가 컬럼비아대를 졸업한 전업 작가. 선교사로 위장해 북한에 들어가 2011년 7~12월 6개월간 북한평양과기대(PUST)에서 학생 270명에게 영어를 가르쳤다.

수키 김은 ‘책을 쓴 절실하고도 솔직한 이유’라는 한국어판 서문을 통해 “거의 알려지지 않은 북한 엘리트들의 생활과 단면을 포착했다. 북한을 알려 북한을 인간답게 만드는 것이 목적”이라고 밝혔다. 책을 내는 과정에서의 어려움도 피력했다. 그는 “트위터 등 소셜미디어네트워크(SNS)에서는 사람들이 책을 냄으로써 학생들과 교사들을 위험에 빠뜨렸다고 비난했다”며 “하지만 북한 주민들의 고통을 그려내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믿었고 책에 나온 학생들이 보복당하지 않도록 신분이 드러나지 않게 모호하게 처리했다”고 설명했다.

이 책에는 평양과기대에 다니는 엘리트조차 “세계 모든 사람이 조선말을 한다”라고 알고 있거나 북한 당국의 통제를 받지 않는 ‘인터넷’을 경험한 적이 없는 학생도 있었다. 설령 알더라도 감시의 눈 때문에 모르는 척하는 것으로 묘사됐다. 학생들이 수키 김의 수업 내용과 발언을 감시하는 내용도 담았다. 특히 선교사로 온 교사들 사이에 전달되는 ‘주의 사항’에는 △청바지는 금지. 김정일이 청바지를 미국과 연관지어 싫어함 △밖에서 누구와도 대화하지 말 것 △음악은 아이팟으로 들을 것. CD는 전파될 수 있어 두려워 함 △통신은 항상 감청 등이 담겨 있었다고 한다. 이에 저자는 “폐쇄공포증을 느꼈다”고 밝혔다.

수키 김이 학생에게 민주주의를 설명해준 후 강제출국될까봐 전전긍긍하거나 영화 ‘해리포터’를 보여주려고 허가를 받아가는 과정 등이 다큐멘터리처럼 그려진다. 책의 말미에는 김정일 전 국방위원장이 사망하자 혼란스러워하는 학생들의 모습이 나온다.

최근 종북 논란 속에서 이 책이 반향을 일으킬 것으로 출판사는 기대하고 있다. 일반 단행본 초판(약 2000부 내외)보다 두 배 이상 많은 5000부를 찍은 상태. ‘재미동포 아줌마, 북한에 가다’가 우수 문학도서에서 빠진 상황에서 이 책이 선정돼 전국 도서관, 청소년 시설에 보급될지도 관심이 쏠린다.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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