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먼 국고보조금 100兆… 부정수급땐 5배 물게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2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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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줄줄 새자 대대적 정비 착수… 한번 걸려도 지원사업서 영구퇴출

경북 의성군의 복지타운 조성사업에 참여한 지역 건설사 대표 A 씨는 2010년 국고보조금 140억 원을 받았다. 그는 이 중 37억 원을 빼돌려 포르셰를 빌려 타고 다니는 등 호화생활을 하는 데 사용했다. 애초에 정부 지원대상 자격을 갖추지 못한 A 씨는 담당 공무원에게 3500만 원의 뇌물을 주고 서류를 조작해 보조금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정부가 대표적 혈세낭비 사례로 꼽히는 국고보조금에 대해 대대적인 정비에 착수한다. 국고보조금을 부정수급하면 5배의 ‘징벌적 과징금’을 물리고 정부지원 사업에서 영구 퇴출하는 ‘원스트라이크 아웃’ 제도를 도입한다.

정부는 4일 경제관계장관회의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의 ‘국고보조금 부정수급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국고보조금은 지역복지사업이나 기업의 신기술 연구개발(R&D) 등을 장려하기 위해 지방자치단체와 민간업체에 사업비 일부를 지원하는 제도다. 하지만 지난해 검경 합동조사에서 3300여 명의 부정수급자가 국고보조금 1700억 원을 횡령한 사실이 드러나는 등 보조금 관리체계가 허술해 세금을 낭비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올해 국고보조금 예산은 52조5000억 원으로 R&D 정부출연금(30조9000억 원)과 국고보조사업에 대한 국세감면액(33조 원) 등을 포함하면 실제 보조금 규모는 연간 100조 원을 넘을 것으로 추산된다.

정부는 우선 보조금 부정수급자에 대한 처벌을 강화해 서류조작 등 부정한 방법으로 보조금을 받다 적발되면 부정수급액의 5배의 과징금을 물리기로 했다. 또 부정수급자로 한 차례만 적발돼도 정부 보조사업 지원자격을 영구히 박탈한다.

▼ 부정수급 신고자에 최대 20억 보상금 ▼

보조금 부정수급 신고자에 대한 포상금은 현재 최대 1억 원에서 2억 원으로 늘린다. 신고자에게는 포상금 외에 보조금 환수금액에 따라 최대 20억 원의 보상금도 지급한다.

지금까지는 국고보조금 부정수급자에 대한 처벌이 솜방망이라는 비판이 많았다. 실제로 한 민간단체 간부는 2010년 정부로부터 1억1000만 원의 보조금을 받은 뒤 실적서류를 조작했다가 적발됐는데도 벌금 50만 원을 물리는 것에 그치기도 했다.

정부는 보조금 지급대상 사업선정 절차도 강화하기로 했다. 100억 원 이상 신규사업에 대해 ‘적격성 심사제도’를 도입해 사업의 효율성과 부정수급 가능성을 꼼꼼히 심사하고, 부처별로 흩어져 있는 보조금사업자 정보를 통합관리하는 전산시스템을 구축하기로 했다.

노형욱 기획재정부 재정업무관리관은 “이번 대책으로 재정효율성이 연간 1조 원 이상 높아질 것”이라고 밝혔다.

세종=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
#국고보조금#국고보조금 부정수급#세금 낭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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