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인기 北소행 확실… 한두달내 GPS좌표 해독해 입증”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4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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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부, 중간 조사결과 발표… 과학조사전담팀 구성

11일 대전 국방과학연구소(ADD)에서 최근 발견된 무인기 3대에 대한 중간조사 결과가 발표되고 있다. 무인기들이 북한의 도발일 것이라는 정황 증거는 많이 제시됐으나 이착륙 지점이나 비행 경로 같은 결정적 증거는 아직 파악되지 않아 논란의 여지를 남겼다. 사진공동취재단
11일 대전 국방과학연구소(ADD)에서 최근 발견된 무인기 3대에 대한 중간조사 결과가 발표되고 있다. 무인기들이 북한의 도발일 것이라는 정황 증거는 많이 제시됐으나 이착륙 지점이나 비행 경로 같은 결정적 증거는 아직 파악되지 않아 논란의 여지를 남겼다. 사진공동취재단
경기 파주와 서해 백령도, 강원 삼척에 잇따라 추락한 소형 무인기 3대는 북한의 도발이 확실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국방부가 11일 중간조사 결과를 통해 밝혔다. 하지만 무인기의 이륙 장소 등 북한의 소행을 입증할 수 있는 이른바 ‘스모킹 건(결정적 근거)’을 찾아내지는 못했다. 이에 군 당국은 한국(13명)과 미국(5명)의 무인기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과학조사전담팀을 구성해 결정적 물증 확보에 속도를 낼 방침이다.

○ 심증과 정황 증거는 많은데 확증이 아직 없다

중앙합동조사단은 11일 북한의 소행이 확실시된다며 그 정황 증거로 △무인기의 비행경로 △연료통 크기와 엔진배기량, 촬영 사진 등으로 추정한 발진 장소 △북한에서 공개한 무인기와 흡사한 위장도색 및 패턴 △한국에서 운용하는 무인기와 전혀 다른 종류라는 점을 들었다. 또 △발사대와 추가적인 장비가 한국에서 발견되지 않았고 △파주, 백령도 무인기에서 국내에 등록되지 않은 지문을 각각 6점 발견했다는 사실도 제시했다. 무선송신기 등 일부 통신 부품에선 겉면의 일련번호를 고의로 긁어서 지운 흔적도 발견됐다. 구입처와 주파수 범위 등 부품의 세부 특성을 은폐해 추적을 따돌리기 위한 의도로 보인다고 합동조사단은 설명했다.

무인기 3대의 핵심 장치는 북한 자체 제작이 아니라 해외에서 조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무인기는 한국과 미국, 일본, 중국, 체코, 스위스 등 6개국 업체의 엔진과 비행제어장치, 자이로센서,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용 무선송신기, 컴퓨터용 메모리 등으로 제작됐다. 국내 업체는 삼성전자(4MB 메모리)와 하이텍알씨디(날개 조종용 모터)인 것으로 파악됐다. 합동조사팀 관계자는 “모두 상용품으로 대북 수출제재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기체 제작단가는 2000만∼4000만 원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수많은 정황 증거가 제시됐지만 북한이 절대 부인하지 못할 수준은 아닌 만큼 확증을 하루빨리 찾아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전문가들은 천안함 폭침 때 어뢰 잔해가 결정적 증거가 됐다면 이번 무인기에선 중앙처리장치(CPU)에 저장된 GPS 좌표가 그런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한다.

합동조사단 관계자는 “무인기는 이륙에서부터 사진 촬영, 복귀까지 사전 입력된 GPS 좌표를 따라 비행한다”며 “GPS 좌표를 해독한 결과 이륙 및 복귀 좌표가 북한 지역으로 나오면 북한 소행임을 최종적으로 입증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당초 합동조사단은 무인기에 탑재된 카메라가 촬영한 사진이 비행경로를 검증하는 데 핵심 자료가 될 것으로 판단했다. 무인기가 이륙하면서 북한지역을 촬영했을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강원도 삼척시에서 발견된 무인기 카메라의 메모리카드 복원에 실패하면서 이런 기대는 충족되지 못했다. 최초 발견자가 개인 용도로 메모리카드를 수차례 포맷하면서 내용을 삭제해 무인기가 최초로 촬영한 사진을 복원하는 게 사실상 어려워졌다는 설명이다.

○ 최종 분석까지 1∼2개월 소요 예상


군 당국은 조속한 시일 내에 최종 조사 결과를 발표할 방침이라고 밝혔지만 단기간에 결과가 나오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CPU와 메모리에 저장된 자료 등을 정밀 분석하는 데 최소 1∼2개월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CPU가 그동안 접하지 못한 중국산 제품인 데다 운영시스템(OS)이 우리 측과 달라 섣불리 다뤄선 안 되기 때문이다. 외부에서 해체할 경우 데이터가 파괴되도록 설계됐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과학조사전담팀장인 김종성 국방과학연구소 UAV(무인기)사업단장은 “현재 매뉴얼을 입수해 번역을 끝마쳤지만 사전에 정확히 파악을 못한 상태에서 전원을 넣을 경우 영구적인 고장이 나 데이터가 손실될 수 있다”고 말했다. 북한이 좌표를 해독하지 못하도록 다중 암호를 걸어놨을 경우 시간이 더 많이 소요될 수도 있다.

군 일각에서는 무인기 사태가 장기간 미궁에 빠질지 모른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로 인해 ‘한국 정부의 자작극’ ‘6·4지방선거를 노린 북풍(北風)’ 등 각종 음모론이 더욱 기승을 부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군 관계자는 “확실한 물증이 제시되지 않으면 엉뚱한 남남갈등으로 비화될 수 있다”며 “한미 간 정보 공유와 소형 무인기 부품과 관계된 국가들과 협조해 반드시 북한의 소행임을 밝혀내겠다”고 말했다.

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
손영일·정성택 기자
#무인기#북한소행#GPS#국방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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