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민동용]박영선 ‘몽니’에 볼모 잡힌 국회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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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촉법 상정 못한다” 끝까지 버텨… 野 중진들 나서 간신히 파국 막아

민동용·정치부
민동용·정치부
국회가 해가 바뀐 뒤 새해 예산안을 처리하게 된 데에는 민주당 박영선 의원의 결정적 ‘한 방’이 있었다.

박 의원은 지난해 12월 31일 여야 지도부가 처리하기로 합의한 외국인투자촉진법(외촉법) 개정안에 반대했다. 외촉법은 경제의 근간을 흔드는 ‘재벌 특혜법’이라는 이유에서였다.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인 그는 “이 법만큼은 내 손으로 상정할 수 없다”며 심야까지 버텼다.

외촉법 개정안이 법사위를 통과하지 못하면 이와 연계된 국가정보원법 개정안과 예산안의 연내 처리도 내다볼 수 없었다. 국정원 개혁안에 여야가 전격 합의해 예산안의 법정 의결 기한(12월 2일)을 지키진 못했지만 연내 처리는 가능하리라던 기대는 차츰 사라졌다.

새누리당 김태흠 원내대변인은 “박 의원의 몽니”라고 꼬집었고, 새누리당 법사위 간사인 권성동 의원은 “박 의원 한 명 때문에 (다른) 의원 299명이 볼모로 잡혔다”고 언성을 높였다.

이날 오후 10시 넘어서까지 진행된 민주당 의원총회도 박 의원의 강력한 반대에 막혀 좀처럼 외촉법 해법을 찾지 못했다. 예산안 연내 처리는커녕 국정원 개혁안, 고소득자 증세 등 민주당이 바랐던 성과마저 박 의원의 ‘소신’ 탓에 물거품이 될 위기였다.

분위기를 반전시킨 것은 민주당 중진들이었다.

정세균 전 대표, 김진표 박지원 전 원내대표, 4선의 이종걸, 김영환 의원까지 나서 외촉법이 통과돼야 하는 이유를 설득했다.

경제부총리를 지낸 김 전 원내대표는 “외촉법이 예외적이긴 하지만 이 예외가 또 다른 나쁜 예외를 연쇄적으로 불러온다고는 보지 않는다”며 법적, 경제적 근거를 들어 설명했다. 이 의원은 “외촉법을 시행한 뒤 우리가 우려했던 문제가 발생하면 명분은 민주당이 얻게 되고, 그때는 새로운 규제나 개정안을 만들어서 해결할 수 있다”고 설득했다.

박 전 원내대표는 “외촉법은 전남에 아주 필요하다”며 “나는 법사위원이지만 법이 상정되면 제일 먼저 통과시키겠다”고 거들었다. 국정원 개혁특위 위원장을 맡았던 정 전 대표는 “나도 국정원 개혁안에 100% 만족하지는 않는다”면서도 “국정원 개혁, 고소득자 증세, 민생예산 확보 등 우리가 얻어낸 결실과 외촉법 중 어느 쪽이 더 중요할지 생각해 보자”고 했다. 외촉법 하나 때문에 민주당이 성과로 얻을 수 있는 다른 법안들을 포기할 수는 없다는 취지였다.

박 의원의 생각은 요지부동이었지만 중진들의 합리적 설득에 많은 의원들이 수긍했다. 김한길 대표가 나서 “저에게 일임해 달라”고 논란의 종지부를 찍었다. 한 초선 의원은 “소신도 좋지만, 중진들이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을 박 의원이 잘 곱씹어 봤으면 좋겠다”고 했다.

민동용·정치부 mindy@donga.com
#박영선#국회#외촉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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