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동욱 정정보도 소송 취하… “유전자검사로 진상규명 계속”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0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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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취임 180일만에 하차… “결과 나오는대로 강력한 법적 조치”

문은 닫히고… 채동욱 검찰총장이 30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별관에서 열린 퇴임식에 참석하기 위해 엘리베이터를 타고 있다. 채 총장은 올해 4월 4일 39대 검찰총장으로 취임한 지 180일 만에 사퇴했다. 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문은 닫히고… 채동욱 검찰총장이 30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별관에서 열린 퇴임식에 참석하기 위해 엘리베이터를 타고 있다. 채 총장은 올해 4월 4일 39대 검찰총장으로 취임한 지 180일 만에 사퇴했다. 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채동욱 전 검찰총장이 30일 퇴임식을 한 뒤 혼외아들 의혹을 보도한 조선일보를 상대로 낸 정정보도 청구소송을 취하했다. 채 총장 측은 오랜 시간 전개될 법정 공방 때문에 가족이 겪을 고통을 줄여 보겠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그 대신 별도의 유전자검사를 조속히 실시해 진상 규명을 계속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채 전 총장은 이날 퇴임식 직후 대검 출입기자에게 ‘검찰총장직을 떠나 사인(私人)으로 돌아가며’라는 e메일을 보내 “무엇보다도 소중한 것은 한 가장으로서 장기간의 소송 과정에서 초래될 고통과 피해로부터 제 가정을 지키는 것”이라며 “(조선일보를 상대로) 제기한 정정보도 청구 소송은 일단 취하한다”고 밝혔다. 의혹만으로도 고통을 겪는 가족이 장기간 이어질 소송 때문에 또 다른 고통을 감내하는 상황을 지켜보기가 어려워 소송을 취하하겠다는 것이다.

그는 또 “(혼외아들) 의혹의 진위를 종국적으로 규명하기 위해 필요한 유전자검사를 신속히 성사시키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며 “유전자검사 결과가 나오는 대로 보다 강력한 법적 조치들을 별도로 취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날 채 전 총장의 소송 취하 결정은 쉽사리 납득이 가지는 않는다는 지적도 나온다. 소송을 진행하면서도 별도의 유전자 검사만 실시하면 혼외아들 의혹에 대한 사실관계가 가려지는데 굳이 소송을 취하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9월 24일 조선일보를 상대로 정정보도 청구 소송을 내면서 ‘100% 허위 보도’, ‘악의적’ 같은 표현을 쓰는 등 강경한 태도를 보였던 것과도 사뭇 엇갈린다는 지적이다. 이러다가 유전자검사도 의혹 당사자인 임모 여인의 협조를 받을 수가 없다며 흐지부지 끝내려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검찰 내부에서도 채 전 총장의 결정에 대해 당황스러워하는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재경 지검의 한 검사는 “가족을 다치게 하고 싶지 않은 마음은 이해가 되지만 굳이 소송까지 취하할 이유는 없었던 것 아닌가 싶다”며 “유전자검사만큼은 하루빨리 해서 진실을 가려냈으면 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TV조선은 임 씨 집에서 2003년 3월부터 4년 7개월간 가사도우미로 일했다는 이모 씨와의 인터뷰를 통해 임 씨 아들의 아버지가 채 전 총장이라는 의혹을 다시 제기했다. 이 씨는 인터뷰에서 “채 전 총장이 임 씨 집을 수시로 찾아 아이와 함께 시간을 보냈고 아이의 돌잔치도 함께 했다”고 주장했다. 이 씨는 채 총장이 아이의 아빠라는 근거로 자신에게 감사의 뜻을 표시한 연하장을 공개했으며 TV조선은 사설 감정원 2곳에 연하장의 필체와 채 총장의 필체를 대조한 결과 일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보도했다. 또 “올 5월에는 임 씨가 건장한 청년들과 함께 찾아와 채 전 총장과 관련된 일들을 거론하지 말라고 위협해 비밀 유지 각서까지 썼다”는 이 씨의 진술도 소개했다.

그러나 채 전 총장은 변호인을 통해 “TV조선에서 보도한 가사도우미 인터뷰 내용은 엉뚱한 사람과 착각했는지 모르지만 전혀 사실무근”이라며 TV조선에 대해서도 강력한 법적 대응에 나설 뜻을 밝혔다. 변호인은 채 전 총장이 이 보도에 격분했다고 전했다.

한편 황교안 법무부 장관은 30일 오후 국회 사법제도개혁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법무부 조사 결과) 혼외자가 있나’라는 민주당 최원식 의원 질문에 “참고인 진술에 따라 의심할 만한 충분한 자료를 갖고 있지만 단정은 못 한다”고 답했다.

유성열·황승택 기자 ryu@donga.com
#채동욱#채동욱 사퇴#검찰총장 사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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