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실의 열쇠 쥔 조명균의 침묵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7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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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盧-金 회의록 원본 실종]회의록 작성부터 삭제까지 전모 알아
민주당서도 “침묵 고집 이해 안돼”

2007년 정상회담때 기록 담당



조명균 전 대통령안보정책비서관(붉은 선 안)이 2007년 10월 3일 남북정상회담 당시 회의 내용을 기록하고 있다. 동아일보DB
2007년 정상회담때 기록 담당 조명균 전 대통령안보정책비서관(붉은 선 안)이 2007년 10월 3일 남북정상회담 당시 회의 내용을 기록하고 있다. 동아일보DB
2007년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작성과 보고, 보관 작업에 관여했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지시로 청와대 업무관리시스템인 ‘이지원(e-知園)’에서 회의록을 삭제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한 것으로 알려진 조명균 전 대통령안보정책비서관(사진)에게 정치권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조 전 비서관은 2007년 10월 3일 평양에서 열린 남북정상회담에 배석해 남북 정상의 대화를 녹취했다. 국가정보원이 녹음 파일을 푼 녹취록 초안을 바탕으로 최종본을 제작하고, ‘이지원’으로 청와대 통일외교안보정책실을 통해 노 전 대통령에게 보고한 사람도 조 전 비서관이었다.

민주당 문재인 의원 측 김경수 노무현재단 봉하사업본부장은 18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정상회담 때 기록 담당으로 배석했던 조 전 비서관이 최종본을 작성해 안보실장을 거쳐 노 전 대통령에게 보고했고, 보고와 재가를 거친 이지원 문서는 1부속실에서 지정기록물로 처리돼 기록관리비서관실을 거쳐 기록관으로 이관됐다”고 상세히 설명하기도 했다.

이처럼 조 전 비서관의 ‘입’은 이번 사건을 해결하는 중요한 단서지만 조 전 비서관은 외부와 연락을 끊고 침묵을 지키고 있다.

동아일보 기자가 21일과 22일 서울 성북구 조 전 비서관의 집을 찾았지만 조 전 비서관은 만날 수 없었다. 여러 차례 초인종을 눌렀지만 인기척이 없었고, 전화도 받지 않았다. 21일 오후 8시 20분경 희미한 불이 켜지고, 8시 50분경엔 조 전 비서관으로 추정되는 중년 남성이 베란다에서 목격됐지만 문을 열어주지 않았다. 22일 오후 만난 조 전 비서관의 부인은 “남편을 만난다고 해도 아무런 이야기를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관계자는 “논란을 종식시켜 줄 핵심 인물이 왜 침묵을 고집하는지 모르겠다”고 답답해했다.

행정고시 출신인 조 전 비서관은 노무현 정부 때 통일부 개성공단사업지원단장, 경수로사업지원단 정책조정부장 등을 지내며 남북관계 ‘핵심 브레인’으로 활동했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 출범 뒤 보직을 맡지 못해 퇴직했다. 정상회담 추진 당시인 2007년 8월 2일 김만복 전 국정원장과 함께 육로로 평양을 방문해 북한 측 김양건 통일전선부장과 회담 의제를 조율하기도 했다.

황승택 기자 hstneo@donga.com
#조명균#회의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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