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돈줄 금강산 논의 틀어지자 본색… 15일 개성공단 3차회담도 난항 예상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7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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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산상봉 제의 하루만에 보류… 왜?

11일 오후 방북했던 개성공단 입주기업 대표단이 탄 차량들이 경기 파주 남북출입사무소를 통과해 내려오고 있다. 파주=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11일 오후 방북했던 개성공단 입주기업 대표단이 탄 차량들이 경기 파주 남북출입사무소를 통과해 내려오고 있다. 파주=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북한이 11일 금강산 관광 재개와 이산가족 상봉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남북 적십자 실무접촉을 모두 보류한 것은 자신들의 대화 제의에 진정성이 없음을 자인한 것과 같다. 북한이 의도했던 금강산 관광 재개 논의가 받아들여지지 않자 일종의 전술적 ‘미끼’로 함께 던졌던 이산가족 상봉 논의까지 하루 만에 엎어 버린 것이다.

○ 하루 만에 드러난 북한의 속내


북한이 두 가지 실무회담 제의를 모두 거둬들인 형식적인 이유는 ‘개성공단 논의에 집중하기 위한 것’이다. 정부가 10일 북측의 금강산 관광 관련 회담 제의를 거부하면서 내세운 이유를 그대로 갖다 붙였다.

북한이 정부에 ‘회담 보류’ 전통문을 보낸 것은 11일 오후 6시경. 정부가 이산가족 상봉회담 제의만을 받되 장소를 바꾸자는 내용으로 수정 제의한 지 약 24시간 지난 시점이었다. 북한은 경제적 수익 확보를 위해 사업 재개가 절실했던 금강산 관광 의제를 회담 테이블에 올릴 수 없게 된 상황에서 자신들의 유일한 협상카드나 다름없는 이산가족 상봉 논의만 진행할 것이냐를 놓고 고민한 것으로 보인다. 한 북한전문가는 “북한이 금강산 관광이라는 ‘앙꼬’가 빠진 회담을 진행할 이유가 없지 않으냐”며 “그렇다고 남아있는 인도주의적 사안의 회담까지 외면할 경우 속내가 뻔히 드러나 버린다는 점에서 답변 방향을 놓고 머리를 싸맸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에 현재까지 접수된 이산가족 신청자는 12만8824명. 이들 중 생존자(7만2864명)의 80%가 70세 이상 고령자다.

북한은 이날 보낸 장문의 전통문에서 정부가 금강산 관광 관련 회담을 받아들이지 않은 것을 강력히 비난한 것으로 알려졌다. 먼저 회담을 제의한 북측의 호의적 결단을 남측이 무시했다는 취지로 장황하고 일방적인 주장을 늘어놓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북한의 태도는 15일 개성공단에서 열릴 남북 당국 간 3차 실무회담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북한이 개성공단 가동 중단 사태의 재발방지책을 놓고 강경한 자세를 고수할 경우 회담은 난항이 예상된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10일 개성공단 남북 당국 간 실무 후속회담이 끝난 뒤 3시간여 만에 결과를 보도하며 “남측의 무성의한 태도로 회담이 성과 없이 끝났다”고 비난했다. 북측이 합의서 초안까지 제시하며 적극적 자세를 보였지만 남측이 이를 고의적으로 회피했으며 3차 회담 일정(15일)도 남측이 ‘내부 사정’을 구실로 늦춰 잡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대남 대화 공세를 펴면서도 대남 비방은 멈추지 않는 이중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 대북 제재 해제 노린 대화공세는 계속될 듯

북한이 개성공단, 금강산 관광, 이산가족 등 다양한 대화 카드를 던지는 궁극적 목적은 정부의 포괄적 대북 제재인 ‘5·24조치’ 해제를 유도하기 위한 것이라고 많은 전문가는 분석했다. 또 개성공단 회담이 굴러가기 시작한 것을 계기로 거액의 현금이 걸려 있는 금강산 관광 문제까지 논의해 경제적 이익을 극대화하겠다는 의도가 강하다는 관측이 많다.

대북 압박을 강화하고 있는 중국과의 관계 개선을 위해서도 남북 관계의 진전은 북한에 절실한 숙제다. ‘북핵 불용’ 원칙 속에 북한의 태도 변화를 요구하는 중국을 향해 “남북 대화를 위해 애쓰고 있으니 조건 없는 6자회담의 재개에 힘써 달라”고 매달릴 명분이 되기 때문이다. 북한 내각 기관지 민주조선은 10일 북-중 우호조약 체결 52주년 기념글을 통해 “피로 맺어진 조중(북-중) 친선을 영원히 공고 발전시켜 나갈 것”이라고 밝히는 등 중국을 향한 구애의 메시지를 계속 던지고 있다.

북한은 일단 남북 대화를 본궤도에 올려놓는 모양새를 취한 뒤 북-미 대화와 6자회담 등으로 대화 국면을 확대해 나가려는 것으로 보인다. 이 두 대화 트랙은 경제적 지원과 평화체제 전환 등을 논의하기 위해 북한이 노리고 있는 본격적인 협상무대이기도 하다.

북한은 최근 미국의 학자와 재미 한인 등을 상대로도 적극적인 유화 제스처를 보내고 있다. 워싱턴의 한 외교소식통은 “미국의 친북 성향 학자들이 7, 8월 방북하거나 북한 학자들이 미국을 방문하는 등의 다양한 접촉이 추진되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과 고위당국자 간 회담이 성사되지 않자 민간을 상대로 우회전술을 쓰고 있는 셈이다.

이정은·김철중 기자·워싱턴=신석호 특파원 lightee@donga.com

#북한#금강산 논의#개성공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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