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세훈 ‘종북정권 안돼’ 언급이 선거개입 댓글 불러” 결론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6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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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고 끝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적용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팀장 윤석열)이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에게 공직선거법 85조 1항 위반 혐의를 적용할지를 놓고 오랫동안 진통을 겪은 것은 원 전 원장이 선거 개입을 직접 지시한 증거가 있느냐는 데 대한 법적 판단이 어려웠기 때문이었다. 선거법 85조 1항은 ‘공무원은 그 지위를 이용해 선거운동을 할 수 없다’면서 ‘공무원이 소속 직원이나 임직원을 대상으로 한 선거운동은 그 지위를 이용해 하는 선거운동으로 본다’고 규정하고 있다.

수사팀은 지위를 이용한 선거운동이 되려면 직원들에게 관련 활동을 지시한 근거를 특정해야 한다는 점에서 고민했다. 선거법에 따르면 선거운동은 누군가를 당선되게 하거나 되지 못하게 하기 위한 행위다. 단순한 지지·반대의 의견을 개진하거나 그런 의사를 표시하는 경우 선거운동으로 보지 않는다. 즉 선거운동이 되려면 당선이나 낙선을 목적으로 계획적이고 능동적으로 지지·반대 활동을 해야 한다.

수사팀 내에선 ‘이런 법적 해석을 엄격히 적용하면 원 전 원장에게 선거법을 적용하는 건 무리’라는 의견이 나왔다. 일단 원 전 원장이 직원들에게 선거운동을 지시한 정황을 찾지 못했다는 것. 국정원 내부망의 ‘원장님 지시·강조 말씀’에 “종북 정권이 들어오면 안 된다. 적극 대응하라”는 내용이 있고, 원 전 원장이 직원들에게 “일부 야권 후보들이 종북 성향을 띠고 있다”는 취지의 말을 했다는 것 정도만 드러난 것으로 알려졌다.

수사팀이 15개 사이트에서 찾은 게시글과 댓글 중 특정 후보에 관련된 건 아주 소수였다고 한다. 내용도 어떤 후보의 당선이나 낙선을 목적으로 했다고 단정 짓기 어려웠던 것으로 알려졌다. 예를 들어 “이정희 후보가 ‘남쪽정부’라고 했는데 이게 말이 되나요?” “틈만 나면 국보법 폐지하자는 사람들 정말 이상하다”는 식이었다. 문재인 후보에 대해서는 “문 후보는 천안함 폭침이 아니라 침몰이라고 한다. 북한 소행이 아니라는 건지. 말이 안 된다”라고 하는 등 우회적으로 비판한 게 전부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수사 검사 일부는 “원 전 원장의 뜻을 오판한 일부 직원이 종북 세력 대응 활동 도중 특정 후보의 발언을 비판한 것 같다”고 봤다.

하지만 수사팀 내에는 “원 전 원장의 발언은 직원들이 선거 개입을 하라는 암묵적 지시로 받아들일 소지가 충분히 있다”는 의견도 있었다. 이들은 국정원 직원들이 “왜 박근혜 후보를 독재자의 딸로 연결시켜 비난하는지 모르겠다”, “안철수 후보는 기부한다더니 왜 빨리 안 해요?”라는 댓글을 쓰거나 특정 후보 관련 글에 찬반 버튼을 누른 것은 명백한 선거 개입이라고 봤다.

수사팀은 결국 원 전 원장에게 선거 개입 의도가 있었다고 결론지었다. 국정원 같은 공적기관의 선거 개입에는 더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야 한다는 판단과 혐의 적용 여부가 애매할 때는 법원의 판단을 받아보자는 검찰의 평소 논리가 반영됐다. 원 전 원장에게 선거법을 적용하지 않을 경우 ‘봐주기 수사’를 했다는 비판이 나올 수 있다는 점도 부담이 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발표에 대해 원 전 원장 측 이기배 변호사는 “특정 후보를 언급해 정치 개입했다고 논란이 이는 댓글은 북한과 관계있어 언급했을 뿐 후보를 비방하는 목적이 아니다”며 “원 전 원장이 직원에게 한 말 중에는 ‘선거철이니 개입하지 마라’ ‘중립을 지켜라’라는 내용도 있다”고 반박했다. 국정원은 “정당한 대북심리전에 선거법을 적용한 것을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검찰이 원 전 원장에게 선거법을 적용하기로 함에 따라 야권이 대선의 정당성을 문제 삼는 공세를 펼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오늘의 유머’와 같은 사이트에 게시글과 댓글을 단 것이 대선 결과에 영향을 미쳤다고 보기 어려운 만큼 야권이 공세 강도를 지나치게 높이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최예나·조동주 기자 ye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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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중앙지검#원세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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