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짜 밥은 없다? 朴대통령 식사정치엔 전략이 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4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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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靑, 18일 국회 업무보고 앞두고 잇단 여야 만찬

박근혜 대통령이 4월 들어 거의 매일 여야 의원들을 번갈아 가며 청와대로 초청해 ‘식사정치’를 이어가고 있다. 박 대통령의 식사정치에는 여러 코드가 숨어 있다.

○ ‘소통’ 창구인 식사정치

박 대통령은 그동안 식사자리를 자신의 권위적인 이미지를 깨고 참석자들과의 심리적인 거리를 좁히는 장으로 활용해 왔다. 식사자리에서 선보이는 썰렁 개그는 그의 트레이드마크다. 15일 국회 보건복지위와 교육문화체육관광위 소속 새누리당 의원들과의 오찬 때도 박 대통령은 “어떤 남자가 여자 지나가는 것을 한참 쳐다보니까 옆에 있는 친구가 ‘정신 차려라. 애가 다섯이다’고 말했다. 남자가 깜짝 놀라 ‘저 아가씨가 애가 다섯이냐’고 물었다. 그 친구가 뭐라고 했는지 아느냐. ‘바로 너’라고 했다”는 농담을 했다. 17일 국회 기획재정위, 정무위 소속 새누리당 의원들과의 오찬에서는 “앉으면 자연스럽게 일 얘기만 하게 되는데 이를 탈피하려고 재밌는 이야기를 하니까 썰렁 개그란 말만 듣는다”며 웃기도 했다.

박 대통령은 식사자리에서 말하기보다 최대한 듣고 메모하는 쪽이다. 참석자들의 개인사도 미리 챙기며 관심을 보인다. 식사 시간도 가급적 1시간 반을 넘긴다. 의원들이 지역 민원을 하더라도 “지역 민원도 현장의 목소리”라며 듣고 챙긴다. 17일 오찬에선 한 의원이 지역구 행사에 참석해 달라고 하자 “약속할 수는 없지만 그런 현장에 꼭 가고 싶다”고 말하기도 했다.

만찬 자리에서 술을 마시다 정해진 시간을 훌쩍 넘기는 일은 없다. 만찬은 오후 6시에 시작해 8시 이전에는 항상 마친다. 와인이 만찬 테이블에 올라가지만 박 대통령은 입만 대는 정도다. 취임 후 오찬에는 술을 올려놓지 않는다.

○ 식사정치에도 전략 코드가 있다?

박 대통령은 식사정치로 정치적인 소득을 얻기도 한다. 박 대통령은 4월 국회에서 추가경정예산과 부동산 대책법안 등에 대한 국회의 협조가 절실한 상황이다. 박 대통령은 17일 오찬에서 “의학계에서는 응급치료를 놓쳐서는 안 되는 ‘골든타임’이 굉장히 중요한데 추경 예산안이나 부동산 대책도 마찬가지”라며 새누리당 의원들에게 협조를 당부했다. 또 “대기업이 횡포를 부리지 못하게 하는 정책이 필요한 것이지 벌주는 식의 때리기나 옥죄기로 가서는 안 된다”며 경제민주화의 가이드라인을 거듭 제시했다.

여권에선 12일과 15일 야당 의원들과의 잇따른 만찬이 전략적인 성공을 거뒀다는 평가가 나온다. 17일 윤진숙 해양수산부 장관 임명, 18일 국회 운영위원회 첫 업무보고 때 인사 실패와 경제민주화 의지 약화에 대한 야당의 대대적인 공세가 예상됐다. 그러나 박 대통령이 선제적으로 야당 의원들과 만나 인사실패를 사과하고 경제민주화 의지를 밝히면서 야당 공세의 김을 뺐다는 분석이 나온다.

박 대통령의 식사정치에 대해 야당 일각에선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민주당 유인태 의원은 17일 채널A 프로그램 ‘황호택의 눈을 떠요’에 출연해 “만나서 밥만 먹으면 뭐하나”라며 “야당과 언론, 국민 대다수가 (윤 장관 임명은) 안 된다고 했는데 저렇게 옹고집 부리는 게 무슨 놈의 소통이냐”고 비판했다. 16일 만찬에 참석했던 오영식 의원은 “오늘 임명을 강행하면서 이를 반대하는 야당 의원들을 전날 만찬에 부른 건 겉치레다. 실망스럽다”고 말했다.

정치권에선 박 대통령의 식사정치의 정점은 야권 대선후보였던 문재인 민주당 의원을 만나는 것이라는 말도 나온다. 하지만 청와대는 문 의원만 따로 초청할 계획은 아직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동정민·이남희 기자 ditt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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