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조직법 양보를”… “양보 못할 일”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3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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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로 12명 靑 초청 오찬
백선엽 “美와 연대 北도발 억제”… 김시중 “과학계 지원 강화해야”

“대통령께서 큰 정치를 위해 결단을 내려 양보하는 게 좋겠습니다. 용단을 내리시면 국민들이 박수를 치고 박 대통령을 열렬히 지지할 것입니다.”(이만섭 전 국회의장)

“양보하고 싶어도 양보할 수 없는 것이 있습니다.”(박근혜 대통령)

박 대통령은 13일 백선엽 대한민국육군협회 회장 등 각계 원로 12명을 초청해 청와대 인왕실에서 오찬을 가졌다.

참석자들에 따르면 이 자리에서 이 전 국회의장은 박 대통령에게 국회에 넘어가 있는 정부조직법 개정안과 관련해 양보를 권유했다.

그는 “대국민 담화를 봤는데 많은 국민이 공감했을 것”이라면서도 “야당 입장에서 보면 협상이 진행되는 와중에 압력으로 받아들였을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야당 지도부가 강경파에 휘둘리고 있다”며 “삼보 전진을 위한 일보 후퇴도 좋은 방법이다. 지금은 다른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고 한다.

하지만 박 대통령은 마무리 발언에서 “방송과 통신의 융합, 과학기술과 산업의 융합을 통해 새로운 시장을 만드는 것 외에는 좋은 일자리를 만들 수 없다”며 “(산업의) 진흥을 막는 핵심은 어떻게 할 수 없는 것 아니냐. 그것까지 내놓으면 미래창조과학부를 만들 수 없다”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대통령은 모두발언에서도 “방송을 장악하려 한다는 주장은 있을 수도 없고 가능하지도 않다. 아직도 우리 정치가 정치적 관점에만 매달려 있는 건 아닌지 걱정이 크다”며 야당을 겨냥했다. 양보하지 않겠다는 강한 의지를 다시 드러낸 것이다. 한 참석자는 “박 대통령이 정부조직법이 통과되지 않는 것에 대해 ‘답답하다’고 하더라”고 전했다.

이 전 의장은 “담화문이 나오기 전 야당과의 협상을 마무리했어야 하는데 새누리당 지도부의 정치력이 부족하다”며 여당을 비판하고 국회선진화법의 문제점을 지적한 것으로 알려졌다.

백선엽 회장은 “북한의 전쟁 도발에 대한 억지책은 동맹국과의 강력한 연대”라며 “그런 의미에서 이번 미국 방문이 중요하고 아시아 평화 정착이 중요하다는 국제적 합의를 이끌어내야 한다”고 당부했다. 김시중 한국과학기술포럼 이사장은 “과학계가 바라는 것은 박 대통령이 박정희 전 대통령만큼만 해달라는 것”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이날 참석한 원로들과 아버지인 박 전 대통령의 인연도 관심을 끌었다.

백 회장은 박 전 대통령이 1948년 남로당 연루 혐의로 조사를 받을 때 구명을 도와준 ‘은인’이다. 남덕우 한국선진화포럼 이사장은 박정희 정부에서 9년 2개월 동안 재무부 장관과 부총리 겸 경제기획원 장관을 지내며 한국 경제를 일으켰다. 이 전 의장은 박정희 대통령을 처음으로 단독 인터뷰했고 정권 초기 ‘혁명동지’에 맞먹는 신임을 받았지만 3선 개헌에 반대하며 멀어졌다. 그런가 하면 안병직 시대정신 명예이사장은 당시 박 전 대통령을 신랄하게 비판한 진보 경제학자였다.

취임 후 원로들과 오찬을 갖고 조언을 듣는 것은 청와대의 관행이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취임 한 달 후 고건 박태준 남덕우 전 국무총리 등 원로 12명과 오찬을 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취임 열흘 후 강만길 고려대 명예교수, 리영희 한양대 교수, 박형규 목사, 함세웅 신부 등 진보진영 원로 12명과 오찬을 했다.

장원재 기자 peacechaos@donga.com
#박근혜#정부조직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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