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뉴 프레지던십] <1> 박근혜 통치술, 전문가 20인의 제언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3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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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박근혜 통치술, 전문가 20인의 제언
“머리 맞대고 권한 나누고… 부드러운 여성 리더십 보여줘야”

《 1953년 해리 트루먼 미국 대통령은 백악관을 떠나며 이런 말을 남겼다고 한다. “불쌍한 아이크, 군대 같은 줄 알겠지. 하지만 천만의 말씀, 엄청 실망하게 될 거야.” 아이크는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신임 대통령의 애칭. 군인 출신으로 제2차 세계대전의 영웅인 아이젠하워 대통령이 군대처럼 국정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일 것이라고 생각하면 ‘대단한 착각’이라는 의미에서 한 얘기다. 시대마다, 상황마다 요구되는 리더십이 다르다. 》

○ 대통령 임기 5년이 끝난 뒤 깨달은 것


이명박 전 대통령의 핵심 참모로 ‘MB노믹스’를 설계한 곽승준 전 대통령국정기획수석비서관은 7일 “대통령을 5년 동안 보좌하다 보니 의외로 대통령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곽 전 수석은 “박근혜 대통령은 정치 분야에서 탁월한 통찰력을 갖고 있다”며 “다만 대통령이 만기친람(萬機親覽·임금이 모든 정사를 친히 보살핀다는 뜻) 하듯 모든 것을 쥐고 있으면 그만큼 정치적 공간이 사라진다는 것을 염두에 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효재 전 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도 박 대통령에게 같은 조언을 했다. 김 전 수석은 “국가정책의 결정권한은 오래전부터 국회로 넘어갔다”며 “행정부는 국회에서 만든 법을 집행하는 기관이다. 과거처럼 대통령이 모든 것을 다 할 수 있다는 생각을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대통령이 스스로의 한계를 먼저 인정해야 비타협적 대결 정치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얘기다.

박관용 전 국회의장은 “아무리 대통령중심제라고 해도 엄연히 국회가 있고, 국회는 정부를 견제하는 것이 본연의 역할”이라며 “삼권분립 정신을 이해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박형준 전 정무수석은 “이명박 정부를 반면교사로 삼아 무조건 여야관계를 원활하게 끌고 가야 한다”며 “‘국민들에게 내 선의가 전달되면 나를 알아줄 것’이라고 생각하면 이명박 정부에서 드러난 문제들이 다시 부각될 수 있다”고 말했다. 박 전 수석은 “박 대통령이 이제 국정운영의 우선순위를 대통령이 원하는 방향으로 끌고 가는 데 둘 것인지, 아니면 정부 정상화에 둘 것인지 선택해야 할 시점”이라고 덧붙였다.


○ 21세기 리더십은 ‘공유 리더십’

최평길 연세대 명예교수는 “대통령은 최고의 수장인 동시에 마지막 보루”라며 “여당이 상당한 재량권을 갖고 야당과 충분히 협상할 수 있도록 대통령은 신축성 있는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자신의 권한을 여당과 참모들에게 나눠줘야 한다는 의미다. 그래야 여권 구성원들이 집단지성을 활용해 함께 문제를 해결해 나갈 수 있다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공유의 리더십이다.

유인태 의원(전 정무수석)은 “이명박 정부가 출범할 때 이 전 대통령이 이재오 의원과 협상하라고 해서 내가 한 달 가까이 이 의원과 만나 대화했다”며 “협상이라는 게 테이블에 여러 명이 앉는다고 되는 게 아니다. 끊임없이 물밑대화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우식 전 대통령비서실장도 “타협하고 절충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게 정치력인데 지금은 그게 안 보인다”며 “대통령에게서 권한을 위임받은 사람들이 야당을 만나 몇 시간씩 대화하고 설득해야 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박명호 동국대 교수는 “대통령이 모두와 소통할 수 없는 만큼 여당 지도부가 일정 부분 이 기능을 맡아줘야 한다”며 “그러려면 대통령이 여당 지도부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강자의 배려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상대가 무시당한다고 느낄 때 소통은 가장 어려워진다”고 덧붙였다.

‘여의도 정치’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목소리도 많았다.

강봉균 전 재정경제부 장관은 “박 대통령의 국정운영 방식은 역대 대통령들이 해온 그대로다. 지금까지 모든 대통령이 여의도를 멀리했다”며 “선거 때 보여준 것처럼 박 대통령이 많은 사람을 만나고 상대편을 끌어안기 위해 노력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신경식 전 정무제1장관은 “여야 간에 막후 협상이 계속 이뤄져야 하고 여당에서 양보를 하면 대통령은 이를 수용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박원호 서울대 교수는 “대통령이 뭔가 잘못된 선택을 하면 적절한 피드백을 받고 다음 선택을 할 때는 이전 피드백을 참고해야 하는데 그런 피드백 시스템이 보이지 않는다”며 “야당이나 언론에서 무언가를 지적하면 어떤 형태로든 이를 반영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하는데 인선 등을 보면 오히려 거꾸로 가는 듯해 안타깝다”고 말했다.

○ ‘안정 대통령, 개혁 총리’ 모델로

김형준 명지대 교수는 “여야가 협상 과정에서 돌파구를 찾지 못하면 대통령이 야당의 손을 들어주거나 최소한 대안을 제시하는 리더십을 보여줘야 한다”며 “한반도 신뢰프로세스처럼 여야 신뢰프로세스를 만들려면 야당에 중요한 정보를 줘야 한다. 정보를 주지 않기 때문에 소통이 안 된다고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김 교수는 “지금까지 모든 정권이 개혁형 대통령에 안정형 총리 모델을 추구했지만 모두 실패했다”며 “이제는 안정형 대통령에 개혁형 총리 모델의 길을 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용철 부산대 교수는 “대통령이 ‘식물정부’와 같이 극단적 표현을 쓰면 그 자체로 국민 불안과 불신을 키울 수 있는 만큼 용어 선택에 신중해야 한다”며 “좀더 유화적이고 부드러운 여성 리더십을 보여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의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이 국민과의 소통 창구를 만들어 대공황을 극복했듯 박 대통령도 국민과의 대화나 국가지도자연석회의 등을 정례화하는 등 국민 소통 시스템을 새로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조순용 전 정무수석은 “대통령은 국민의 대표로 국민을 편안하게 해줘야 하는데 4일 박 대통령의 대국민담화를 봤을 때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불안감을 느꼈다”며 “박 대통령이 무엇인가에 짓눌려 있는 듯한 느낌이 든다. 박 대통령이 누구든 국정을 허심탄회하게 상의할 사람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결정은 대통령이 내리더라도 많은 의견을 들어야 한다는 의미다.

윤평중 한신대 교수는 “대통령은 프로 중에 최고의 프로가 돼야 하고 프로정신 가운데 가장 중요한 덕목은 독일 사회학자 막스 베버가 강조한 책임윤리”라며 “국정 최고지도자는 자기의 정치적 행위가 실제적으로 어떤 파급효과를 낳을지 면밀하고 냉정하게 판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박 대통령은 대선 기간 경제민주화 이슈를 선점하는 등 자기변화능력과 학습능력을 유감없이 보여줬다”며 “대통령의 상대는 민주통합당이 아니다. 아버지 박정희 전 대통령과 김대중 전 대통령을 경쟁자로 삼아 두 사람을 넘어설 수 있는 원대한 꿈을 갖기를 바란다”고 조언했다.

이재명·손영일 기자 egij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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