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발 묶인 박근혜정부]靑 “장관없는 부처에 뭘 지시하나”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2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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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동자를 낳았는데 미아(迷兒)가 돼 버렸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26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내각과 청와대가 사실상 ‘진공상태’가 돼버린 데 대한 안타까움을 이렇게 표현했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차원에선 처음으로 210개 공약의 로드맵까지 만들었는데 새 정부가 출범과 동시에 장기 표류하면서 모두 엉켜버릴 가능성이 커졌다는 얘기다.

이 관계자는 “새 장관이 임명되면 나름대로 리더십을 발휘할 텐데 장관도 없는 각 부처에 공약 이행 계획을 짜라고 요구할 수도 없는 노릇”이라며 “지금은 그저 어떤 국정현안이 있는지 살펴보고 어떤 문제가 생기면 어떻게 대응하는 게 좋겠다는 내부 논의만 할 뿐”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수석비서관들이 직접 부처를 챙길 경우 ‘작은 청와대’를 지향하는 박근혜 대통령의 구상이 처음부터 어그러질 수 있다는 문제의식도 깔려 있다.

또 다른 청와대 관계자는 “정부 초기에 국민의 피부에 와 닿는 정책들을 추진함으로써 정부가 바뀌었다는 것을 실감하게 해줘야 하는데 답답하다”며 청와대 내부의 어수선한 분위기를 전했다.

허태열 대통령비서실장은 25일에 이어 이날도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했지만 특별한 안건은 없었다고 한다. 정부조직법 개정이 꼬인 데다 가뜩이나 출범도 늦어 어수선한 청와대를 추스르는 일에 몰두하고 있다는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27일에 취임 후 첫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한다. 내각이 구성되지 않은 상황에서 청와대가 흔들리지 말고 국정 현안을 잘 챙겨 달라고 주문할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비서실장과 경호실장, 각 수석비서관은 모두 임명 절차가 끝나 업무 수행에 큰 차질은 없다. 다만 비서관 행정관 인선이 늦어져 신구 정권의 어정쩡한 동거가 이어지는 상황이다.

인선이 확정되지 않았음에도 외부에 먼저 알려져 곤욕을 치르는 일도 빚어졌다. 곽상도 민정수석비서관은 이중희 인천지검 부장검사를 민정비서관으로 추천했지만 박 대통령이 검사가 형식상 사표를 내고 청와대에서 근무한 뒤 다시 검찰로 돌아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견을 내면서 임명이 보류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럼에도 인터넷 법조인 인명록에는 25일부터 이 부장검사의 주요 경력이 민정비서관으로 나오고 있다.

이재명 기자 egija@donga.com
#청와대#핵심인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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