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3차 핵실험 후폭풍]송민순 前외교가 밝힌 해법… “신뢰프로세스 포기? 되레 더 필요한 시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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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2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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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서울의 한 호텔에서 동아일보와 인터뷰하는 송민순 전 외교통상부 장관. 그는 북한의 3차 핵실험 이후 고조된 북핵 위기와 관련해 “박근혜 정부 공약인 ‘신뢰 프로세스’가 이 시점에 더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경모 기자 momo@donga.com
13일 서울의 한 호텔에서 동아일보와 인터뷰하는 송민순 전 외교통상부 장관. 그는 북한의 3차 핵실험 이후 고조된 북핵 위기와 관련해 “박근혜 정부 공약인 ‘신뢰 프로세스’가 이 시점에 더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경모 기자 momo@donga.com
“한반도의 상황은 ‘고르디우스의 매듭’을 자르는 단계에 도달해 가고 있다.”

송민순 전 외교통상부 장관(65)은 13일 오전 서울의 한 호텔에서 동아일보와 가진 인터뷰에서 북한 핵문제를 고르디우스의 매듭에 비유했다. 알렉산더 대왕이 어떻게 해도 풀 방법이 없자 단칼에 매듭을 잘라버렸듯이 비상한 수단을 써야 할 시기가 다가오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는 “매듭은 자르면 다시는 붙이지 못한다. 자르기 전에 모든 방법을 써야 하고 뒤따를 파장에도 대비할 수 있어야 한다”며 “아직 외교적 수단이 다 소진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북한이 3차 핵실험을 인정했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소집돼 제재를 논의 중이다.

“국제사회에서 매질(제재)로만 북한의 버릇을 고칠 것이라 생각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중국이 북한의 다리가 부러질 정도로 매질을 하진 않을 것이란 걸 모두가 알기 때문이다. 미국도 중국, 러시아의 반대를 넘어서 제재하기가 어렵다. 대응은 누구나 할 수 있지만 대책은 냉정한 판단, 심오한 지혜, 비상한 용기가 있어야 한다. 지금이 그런 시점이다.”

―단호한 대응을 원하는 국민으로서는 무력감이 들 것 같다.

“과거와 전혀 다른, 완전히 새로운 대북제재를 내놓기 어려운 현실을 말하는 것이다. 듣기 좋은 말만 하는 건 대책이 될 수 없다. 이제는 솔직한 외교를 할 때가 됐다. ‘북핵 불용’이라고 말만 하지 말고 어떻게 핵을 용납하지 않을 것인지 한국이 방법을 제시해야 한다. (군사적 조치 같은) 물리적 수단은 외교 수단을 다 쓰고 명분이 축적돼야만 쓸 수 있다. 아직 외교적 수단이 남아 있다고 본다.”

―왜 국제사회는 이란에 하듯이 북한에 고통을 주는 강력한 제재를 할 수 없나.

“제재에 취약한 체제에만 고통스러운 제재의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북한은 이란과 달리 무역이라 할 만한 게 없다. 북한 지도부는 최고지도자가 김정은이 아니라 누가 되든 ‘핵을 가져야 한다’는 집단적 성향이 있다고 판단된다. 김정은이 핵문제의 원인이고 그를 제거하면 핵문제가 풀린다는 건 단견이고 희망적 사고다.”

―북한 정권을 붕괴시키면 되지 않나.

“중국만 없으면 붕괴될 수도 있다. 중국이 북한의 붕괴를 원치 않는다. 최근 북한을 대하는 중국 태도가 강경해졌다지만 기대 섞인 전망이다. 대외 명분을 위해 그렇게 비치도록 행동하는 것뿐이다.”

―송 전 장관이 대통령안보실장으로 재직하던 2006년 10월 1차 핵실험이 있었다. 결국 노무현 정부의 대북정책이 북한의 핵능력을 키워준 것 아닌가.

“그때 이미 북한이 레드라인(금지선)을 넘어섰다고 생각했다. 식량 지원이고 뭐고 다 끊으려 했다. 하지만 중국의 협조 없이는 고르디우스의 매듭을 자를 수 없었다. 그래서 대북 금융제재를 풀고 레드라인을 뒤로 물려가면서 ‘2·13(핵시설 불능화) 합의’를 도출해냈다. 이를 비판한다면 받아들이겠다. 하지만 대안도 없이 비판만 하는 건 수용하기 어렵다.”

―‘결국 6자회담이라는 과거로 되돌아가자’는 말로 들릴 수 있다.

“지금은 1차 북핵 위기의 북-미 제네바합의(1994년)처럼 해결할 수 없다. 미, 중 모두 그런 양자회담을 원하지 않는다. 6자회담 없는 한미중 3자회담도 열릴 수 없다. 북한에 대한 외교 지렛대가 없어지는 3자회담은 중국이 응하지 않는다. 6자회담 틀 안에서 한미 한중 미중 양자회담과 3자회담이 이뤄질 수 있다. 한국이 전략적 설계를 잘해서 협의를 이끌어야 한다.”

―박근혜 정부는 출범도 하기 전에 3차 핵실험이라는 뺨을 맞았다. 보수 정부가 이런 북한에 먼저 손을 내밀 수 있겠나.

“그래서 ‘신뢰 프로세스’가 더 필요하다. 신뢰는 강한 자가 먼저 손을 내밀면서 만드는 것이다. 특히 신뢰를 만드는 프로세스가 중요하다. 5년 임기라는 생각에 조급하게 단기적 접근을 하지 말기 바란다. 정세는 보수적으로 보되 정책은 진보적으로 수립해야 한다.”

―북한이 한국은 안중에 없고 대미 협상용으로 핵실험을 했다는 평가가 많다.

“미국은 협박에 굴복해 협상을 하진 않는다는 게 외교 근간이다. 북한은 북한대로 ‘선 핵포기’를 할 수 없다고 한다. 양쪽의 간극을 누군가는 좁혀야 한다. 그게 한국의 새 정부가 안고 있는 짐이다.”

조숭호 기자 shcho@donga.com  
박준용 인턴기자 경희대 세무회계학과 4학년  
#송민순#죽한#핵실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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