安캠프도 2030 자원봉사자 중심 쇄신운동

  • 동아일보

“우리는 자리를 바라지 않습니다… 공감하면 이름을 적어주세요”

무소속 대선후보로서 기성 정치권의 기득권 내려놓기와 새 정치를 주창해온 안철수 후보의 캠프 안에서도 여야 정당처럼 ‘쇄신파’가 생겨났다.

서울 종로구 공평동 캠프 사무실엔 지난달 31일부터 ‘격문’ 겸 서명요청서가 붙어 있다. 그 내용은 “후보님이 비전선언 발표 때 ‘제 선거를 도와주셨다고 공직을 나누지 않겠다’고 했다. 저희야말로 후보님의 철학에 공감하고 후보님이 이야기하는 미래를 함께 만들기 위해 이곳에 왔다. 한 자리를 바라고 온 게 아니다. 공감하시는 분들은 포스트잇에 이름을 적어서 붙여달라”는 것.

쇄신운동 주도자가 속한 캠프 조직에선 한때 이런 움직임을 말리기도 했으나, 하루 만인 1일 저녁까지 캠프 핵심인 강인철 법률지원단장과 금태섭 상황실장 등 60여 명이 서명에 동참하는 등 쇄신 목소리는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정치쇄신을 대표적인 슬로건으로 내걸고 대선에 뛰어든 안 후보지만, 정작 자신의 캠프 내부에서도 출마선언 두 달도 안돼 “쇄신이 필요하다”는 얘기가 나오는 역설적 상황을 맞은 것이다.

쇄신운동을 주도한 사람들은 캠프 내 20, 30대 청년 자원봉사자들이다. 이들은 “최근 들어 캠프 내에 청와대나 공기업 자리를 노리는 ‘정치업자’가 늘어난 것 같다”며 “이렇게 가면 기성 정치권과 안 후보가 다른 게 뭔가”라는 문제 제기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캠프 관계자는 “캠프 규모가 급격히 커지면서 기성 정치권 인사가 많이 들어왔고 이 때문에 일부 젊은층이 분위기가 이상해지고 있다고 느낀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달 29일 안 후보가 참석한 캠프 전체회의에서도 ‘쇄신파’ 한 명이 갑자기 후보에게 “후보가 논공행상을 하지 않는다고 했는데 정말 제대로 지킬 것이냐”는 취지의 질문을 했다. 그런데 이를 두고 캠프 바깥에선 “자리를 바라는 사람이 ‘우리는 뭘 보고 일하란 말이냐’고 질문하더라”고 곡해돼 말이 돈 것에 대해서도 젊은이들이 충격을 받고 서명운동을 시작했다고 한다.

한편 안 후보는 1일 고교 무상교육과 대학 반값등록금, 대입 전형 간소화를 뼈대로 하는 교육공약을 발표했다. 안 후보는 2014년부터 전문대를 시작으로 2017년까지 모든 국·공·사립대에서 반값 등록금을 실현할 계획이다. 또 외국어고, 국제고, 자립형사립고는 존속시키되 학생 선발 방식을 일반고와 통합하고 대학입시 전형을 수능과 논술, 내신, 입학사정관 전형 등 4가지로 간소화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안 후보는 ‘균형적 고용법’을 제정해 공공기관부터 지역고용할당제를 실시하고, 대학입시나 취업 시 개인정보를 요구하지 못하도록 해 차별의 근거를 원천봉쇄하기로 했다. 또 대통령직속의 교육개혁위원회를 설치할 계획이다. 그는 “신동형 천재만 배출하는 교육시스템이 아닌 대기만성형 인재를 기다려주는 시스템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최근 충남과 충북을 제외한 시도별 지역포럼 14개가 대부분 창립 발기인 대회를 마치고 활동을 시작하는 등 안 후보의 약점인 조직력을 보완할 수 있는 지역포럼 구성이 거의 완료됐다.

최우열 기자 dnsp@donga.com
#안철수#쇄신파#교육공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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