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길에 태섭이 생각나 전화… 친구관계 갈라놓는 정치에 환멸”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9월 7일 03시 00분


코멘트

■ 정준길 새누리 공보위원

6일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 측 금태섭 변호사가 기자회견을 한 지 1시간 뒤, 국회 기자회견장인 정론관으로 정준길 새누리당 공보위원이 들어섰다. 금 변호사는 정 공보위원을 안 원장에 대한 ‘불출마 협박’의 당사자로 지목했다.

정 공보위원은 이날 오전 다른 공보위원에게 카카오톡으로 ‘오늘 뭐 하느냐’고 물을 정도로 이 사태를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이날 기자회견을 열기 전까지 그가 한 일은 자신의 트위터에 안 원장에 대한 검증 기사 수십 건을 링크한 것이었다.

갑작스럽게 정론관을 찾은 정 공보위원은 미리 준비해온 A4용지 1장을 꺼낸 뒤 금 변호사와의 관계를 설명하는 것으로 기자회견을 시작했다.

그는 “금 변호사와는 자주 만나 여러 이야기를 나눈 절친한 친구 사이”라며 “청운의 꿈을 안고 새로운 시대를 만들어 보고자 정치에 입문했는데 정치적 목적을 앞세워 20여 년 된 친구 사이를 갈라놓는 정치에 환멸을 느낀다”고 말했다.

정 공보위원의 기자회견 내용과 기자들과의 질의응답을 일문일답 형태로 정리했다.

―‘문제의 통화’는 어떻게 이뤄졌나.

“화요일(4일) 오전 7시 반경 차를 타고 출근하다가 갑자기 태섭이가 생각나 전화를 했다. (각각) 상대 진영에 서서 공세를 취하거나 검증을 할 때 서로의 입장을 잘 이해하자는 취지였다.”

―금 변호사에게 ‘안 원장의 뇌물공여 의혹’과 ‘30대 여성과의 염문설’을 언급하며 협박했다는데….

“그런 얘기 한 것 같다. 시중에서 들은 얘기를 (금 변호사에게) 전달한 것이다. 안 원장이 출마할 때 철저히 준비하고 검증에 대응하라는 취지였다.”

―안 원장과 관련한 의혹들은 신빙성이 있다고 판단해 얘기했나.

“나는 사실관계를 정확히 모른다.”

―금 변호사는 ‘안 원장이 출마하면 죽는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한다.

“(정론관으로) 오기 전 20∼30분간 무지 후달렸다(힘이 빠졌다는 뜻의 경상도 방언). 작정하고 얘기를 하면 어떤 얘기를 했는지 정확하게 기억한다. 그런데 친구랑 이런저런 얘기를 한 것은 시시콜콜 기억할 수 없지 않으냐. 제대로 검증에 대응하지 못하면 (안 원장이) 대선에 나가더라도 (당선이) 쉽지 않다는 취지로 얘기했지, ‘죽일 거다’ ‘살릴 거다’라는 얘기는 과장된 것 같다.”

―통화 당시 금 변호사의 반응은 어땠나.

“친구 사이니 좀 그랬던(안 좋았던) 것 같다. 싸울 정도는 아니었다. (금 변호사가) 의혹의 내용이 뭐냐고 물었던 것 같다.”

―친구 간 사적 대화라 하더라도 부적절했다는 지적이 있다.

“겸허하게 받아들이겠다. 세상을 순수하게 바라봐서 그런지 몰라도 실수한 것 같다.”

하지만 정 공보위원은 “일개 공보위원에 불과한 내가 안 원장의 불출마를 종용하거나 협박할 지위에 있지 않다”며 “(사적 대화를 두고 금 변호사가) 정치사찰을 한 것처럼 과대포장을 한 것은 상당히 유감스럽다. 과연 이것이 안 원장이 바라는 정치인지, 금 변호사의 기자회견을 안 원장이 승낙하고 동의했는지 되묻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금 변호사가 개업식을 할 때도 내가 친구들에게 연락을 돌렸다”며 “지난달 20일 이후에도 3번이나 통화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달 12일로 예정된 새누리당 원외 당협위원장 워크숍에 안 원장을 (강사로) 초빙하고 싶어 금 변호사에게 연락을 했다가 ‘박근혜면 민주당 초청 토론회에 오겠느냐. 네가 철이 덜 들었다’고 타박을 받기도 했다”고 전했다.

이재명 기자 egija@donga.com  
조수진 기자 jin0619@donga.com  
#안철수#정준길#금태섭#새누리 협박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