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 vs 安 대선 전쟁, 네거티브로 막 올랐다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9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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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철수측, 박근혜 정면공격… 출마 기정사실화

야권의 유력한 대선주자로 거론되는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 측이 6일 새누리당의 불출마 협박 및 불법사찰 의혹을 제기해 대선 정국이 요동치고 있다. 특히 안 원장 측이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가 직접 해명하라”며 박 후보를 직접 겨냥하면서 ‘박근혜 대 안철수’ 대선전의 신호탄이 올랐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 “안철수, 강을 건넜다”

안 원장은 아직 대선 출마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지만 이날 기자회견으로 ‘강을 건넜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이날 금태섭 변호사는 “(안 원장에게) 오늘 아침에 얘기했다”고 밝혀 기자회견 개최에 안 원장의 의지가 반영됐다는 것을 감추지 않았다. 안 원장이 측근을 통해서이긴 하지만 새누리당과 박 후보를 강력하게 비판한 것은 그의 대선 출마 의지가 여실히 드러난 것이라는 해석이 많다.

안 원장 측이 불법사찰의 배후로 정부와 함께 새누리당과 박 후보를 지목하면서 ‘박근혜 대 안철수’라는 대선 구도도 명확해지고 있다. 민주통합당 관계자는 “민주당 경선이 진행되는 도중에 이런 기자회견을 한 것을 보면 안 원장 측이 이번 대선을 박근혜와 안철수의 양강 구도로 잡아 가려는 것 같다”고 말했다.

안 원장의 출마 시기가 빨라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민주당의 다른 관계자는 “안 원장의 출마 선언은 민주당 경선 이후가 되지 않겠느냐는 전망이 많았지만 상황이 달라졌다”며 “안 원장이 박 후보와 공식적으로 싸움을 시작한 만큼 그의 등판이 빨라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민주당과 안 원장의 연대가 가시화될지도 관심이다. 국회의 민간인 불법사찰 의혹 국정조사가 예정된 만큼 민주당이 ‘안철수 불법사찰’ 의혹을 조사 대상에 포함시키는 방식으로 안 원장을 지원할 수 있다. 민주당 박지원 원내대표는 이날 “특정 대권후보 개인의 일이 아니라 민주주의에 대한 총체적 국기 문란 사건”이라며 안 원장 엄호에 나섰다. 민주당은 7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이번 사건의 대응책을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 안철수, 검증 공세에 반전카드?

안 원장 측은 최근 언론에 ‘판자촌 재개발아파트 딱지 매입’ ‘포스코 사외이사 시절 의혹’ 등 검증 관련 기사가 집중 보도되자 바짝 긴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안 원장 측은 정보기관의 도움을 받은 새누리당이 언론에 안 원장에게 불리한 자료를 흘리는 방식으로 검증 공세를 배후 조종하고 있다고 의심하고 있다. 안 원장이 출마를 공식 선언하기 전에 대선 출마를 포기하게 하려는 속셈이라는 것.

금 변호사가 기자회견에서 “최근 일부 언론이 적법한 방법으로 파악할 수 없는 개인정보를 보도하고 동일한 사안에 대해 동시에 취재가 이뤄지고 있는 것에 상당한 의구심이 든다”며 “보이지 않는 거대 권력이 현 상황을 지휘하고 있지 않은지 강한 의문을 갖는다”고 말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하지만 금 변호사가 구체적 근거 없이 개연성만으로 사찰 의혹을 제기하고 ‘사찰 내용이 새누리당에 전달되고 있다’는 주장까지 나간 건 지나친 것 아니냐는 비판론도 있다. 향후 조사에서 불법사찰에 대한 증거가 나오지 않을 경우 “근거 없는 의혹 제기로 언론의 정당한 검증을 피하려 했다”는 비난이 일 수도 있다. 금 변호사의 폭로가 ‘기존과 다른 정치’를 추구하는 안 원장에게 자칫 역풍으로 돌아올 수 있는 대목이다.

새누리당은 금 변호사의 기자회견을 안 원장에 대한 검증 공세에서 벗어나기 위한 국면전환용 카드로 보고 있다. 안 원장 측이 4일의 통화 내용을 이틀간 쥐고 있다가 언론의 검증 기사가 쏟아지고 민주당 광주·전남 경선이 치러진 6일에야 폭로한 것이 단적인 증거라는 것. 이상일 대변인은 “안 원장에 대한 언론의 검증이 시작되자 물타기를 하기 위해 친구 간 사적 통화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것은 아닌지 묻고 싶다”고 말했다.

길진균 기자 leon@donga.com
#안철수#새누리 협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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