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박근혜 단독회동]朴 손잡은 MB “광폭행보 하신다면서요”

  • Array
  • 입력 2012년 9월 3일 03시 00분


코멘트

■ 8개월 만의 회동 안팎

“만족스러운 만남” 이명박 대통령(오른쪽)과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후보가 2일 청와대에서 열린 단독 오찬 회동에서 대화하고 있다.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만족스러운 만남” 이명박 대통령(오른쪽)과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후보가 2일 청와대에서 열린 단독 오찬 회동에서 대화하고 있다.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2일 8개월여 만에 만난 이명박 대통령과 새누리당 박근혜 대선후보는 단독 회동에 들어가기 전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이 대통령은 청와대 본관 2층 백악실에 들어서자마자 먼저 도착해 기다리고 있던 박 후보에게 웃으며 다가와 “어휴, 얼마나 고생이 많으십니까”라고 악수를 청했다. 박 후보가 환한 웃음을 지어보이자 이 대통령은 손을 놓지 않은 채로 “광폭행보하신다고 들었습니다”라며 박 후보의 손을 반갑게 흔들었다.

두 사람은 선 채로 대화를 이어갔다. 이 대통령이 “요즘 어디 다녀오셨다면서요”라며 근황을 묻자 박 후보는 “논산 태풍 피해 현장을 다녀왔습니다. 다 무너지고 처참했습니다”라고 대답했다. 이에 이 대통령이 “추석이 있으니 복구를 빨리 해야지요”라고 말했고 박 후보는 “그렇게 해주시면 감사합니다”라고 화답하기도 했다.

이 대통령의 권유로 테이블로 옮겨 앉은 박 후보는 이 대통령의 해외 순방으로 화제를 돌렸다. 박 후보가 “우리 대통령으로서는 (그린란드에) 처음 가는 거죠”라고 묻자 이 대통령은 “이번에 자원 개발 약속을 하고, 북극항로 협약도 맺고 올 겁니다. 그러면 다음 정부에서 (개발)하면 됩니다”라며 묘한 여운을 남겼다. 자신이 자원 개발 약속을 받고 오면 차기 정부에서 이를 실현해 달라는 취지다.

이날 회동은 박 후보 측에서 지난주 중반 먼저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정은 최경환 후보비서실장과 이달곤 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이 전화로 연락하며 조율했다. 최 비서실장은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후보 선출 직후 이 대통령과 박 후보의 통화 당시 ‘한번 보자’는 얘기에 따라 면담이 바로 결정된 것”이라며 “봉화마을에도 가는데 같은 당 소속의 현직 대통령을 만나러 못 갈 이유가 있겠느냐”고 말했다.

두 사람은 언론에 공개된 4분여 동안 시종 웃으며 환담을 이어갔고 이후 비공개 오찬에 들어갔다. 박 후보 측은 최 비서실장과 이상일 대변인이, 청와대 측은 하금열 대통령실장과 이 정무수석, 최금락 홍보수석이 함께했지만 오찬에는 배석하지 않았다. 식사는 영양밥과 시래깃국을 메인으로 한 한식이 제공됐다. 청와대 관계자는 “한식, 특히 나물류를 즐기는 박 후보를 배려한 메뉴”라고 전했다.

이날 회동 후 새누리당과 청와대 안팎에선 1시간 40분간 대화가 무난하게 진행된 점을 평가하는 분위기가 많다. 양쪽 모두 “이 정도면 만족할 만한 수준”이라는 말도 나온다. 이상일 대변인은 100분 동안의 회동이 끝난 뒤 분위기를 묻는 질문에 “이 대통령과 박 후보 모두 표정이 밝았다”고 전했다. 회담 결과에 대한 브리핑은 박 후보가 당 실무진에게 구두로 전달한 뒤 청와대와의 조율을 거쳐 이 대변인이 발표하는 형식이었다. 박 후보에 대한 정치적 배려로 풀이된다. 이 대통령은 최 홍보수석에게서 박 후보 측이 브리핑할 내용을 미리 보고받고 “그 정도면 됐다”며 동의했다고 한다.

홍수영 기자 gaea@donga.com
#이명박#박근혜#회동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