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이스X 상장 잔치, 韓 ‘0주’… 공모 참여 미래에셋 1주도 못받아

  • 동아일보
  • 입력 2026년 6월 15일 04시 30분


주관사 골드만삭스, 상장 5시간前
미래에셋 배정 전부 삭감 일방 통보
첫날 주가 19% 뛰었지만 남의 잔치
日은 신청액 30% 이상 배정 받아
투자자들 불만… 금감원, 검사 착수

세계 최대 우주항공기업 스페이스X의 기업공개(IPO)가 진행된 12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 나스닥 마켓사이트 빌딩에서 열린 타종행사에서 이 회사 임직원들이 환호하고 있다. 뉴욕=AP 뉴시스
세계 최대 우주항공기업 스페이스X의 기업공개(IPO)가 진행된 12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 나스닥 마켓사이트 빌딩에서 열린 타종행사에서 이 회사 임직원들이 환호하고 있다. 뉴욕=AP 뉴시스
미국 우주항공 기업 스페이스X가 사상 최대 규모의 기업공개(IPO)에 성공했지만, 국내에서 유일하게 공모주 인수단으로 참여한 미래에셋증권이 공모주 확보에 실패한 것으로 밝혀져 파장을 낳고 있다. 이에 따라 국내 기관 투자가 공모주 배정은 무산됐다.

국내에서 개인 투자자의 스페이스X 공모 참여는 애초에 막혀 있었지만 투자자들은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 일부 자산운용사가 상장지수펀드(ETF)에 스페이스X 공모주를 담으려고 했지만 실패했고, 일부 운용사는 장중 매매로 스페이스X를 담아 결과적으로 수익률이 낮아질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은 미래에셋증권이 사전에 공모주를 배정받지 못할 가능성을 충분히 검토하고 안내했는지, 과장 마케팅 등이 있었는지 등을 들여다볼 예정이다.

● 미래에셋 공모 배정 ‘0주’


14일 미래에셋증권은 12일(현지 시간) 진행된 스페이스X 공모주 배정에서 국내 고객에게 판매할 수 있는 물량을 배정받지 못했다. 애초 스페이스X 측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투자 설명서에 미래에셋에 231만4815주를 배정한다는 내용을 기재했다. 하지만 실제론 물량이 배정되지 않았다. 미래에셋증권이 배정받을 것으로 알려졌던 물량은 공모가(135달러) 기준으로 3억1250만 달러(약 4748억 원) 규모다.

IPO 대표 주관사 골드만삭스는 최종 배정(Allocation) 과정에서 미국 본토 기관 수요가 많다는 이유로 미래에셋증권에 배정 물량 전체 삭감을 일방적으로 통보했다. 스페이스X가 나스닥에 상장되기 불과 5시간 전이었다.

한국 증시에는 최소 청약 수량을 신청한 모든 청약자에게 공모주를 배정해야 하는 균등 배정 규정이 있다. 하지만 미국은 한국과 달리 대표 주관사의 재량권이 크다. 스페이스X의 공모주를 어떤 투자자들에게 나눠줄지 주관사인 골드만삭스가 사실상 결정한다.

업계에서는 미래에셋증권의 협상력 부재에 대한 지적이 나온다. 일본 미즈호증권이 신청액의 30% 이상을 배정받은 것을 고려하면 미래에셋증권이 핵심 파트너로 인정받지 못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금융감독원은 사태 파악을 위해 현장 검사 인력을 보냈다. 당국은 미래에셋증권이 공모주를 못 받을 가능성을 사전에 인지하고 있었는지, 이와 관련된 상황을 투자자에게 충분히 설명했는지 등을 확인할 방침이다. 온라인 주식 토론방에서는 “미래에셋증권 주가가 최근 올랐던 건 스페이스X에 간접 투자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높은 가치를 인정받았기 때문”이라며 불만을 토로했다.

금감원은 앞서 지난달 스페이스X와 관련된 과도한 마케팅을 자제하라는 취지의 구두 경고를 내리기도 했다. 당시 국내에서는 미래에셋증권이 사상 최초로 미국 해외 IPO 기업인 스페이스X의 일반 개인 투자자 공모를 추진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왔다. 결과적으로 한미 간 상장 제도가 다르고 일정이 빠듯해 기관 투자가를 대상으로 한 공모만 진행했으나, 이 역시 물량 확보를 못 해 실패로 돌아갔다.

● 금감원, 미래에셋에 현장 검사 인력 파견

미래에셋증권은 “대표 주관사의 최종 배정 과정에서 미래에셋증권에 판매할 수 있는 물량이 배정되지 않았다”며 “13일 새벽 고객들에게 청약 증거금을 전액 환불 처리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청약 증거금을 구하기 위해 돈을 빌렸을 경우 그에 따른 이자 손실은 불가피하다. 해외에서 이뤄진 IPO라 달러화로 환전하는 과정에서 손실이 발생했을 가능성도 있다.

ETF에 스페이스X를 공모가로 편입하려던 미래에셋자산운용과 한국투자신탁운용은 계획에 차질이 생겼다. 한투운용은 스페이스X IPO 참여를 공식화했지만 공모주 확보가 무산돼 장중 매매로 스페이스X 편입을 일부 진행했다. 다만 공모가가 아닌 시장가로 스페이스X 주식을 산 만큼 공모주 편입보다 수익성이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 와중에 미래에셋그룹은 기관 투자가 자격으로 참여한 청약에서 스페이스X 공모주를 확보했다. 미래에셋자산운용 미국 법인을 통해 미래에셋생명·증권 등이 참여한 IPO에선 4억6000만 달러의 약정 금액 중 절반가량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스페이스X는 12일 공모가 135달러로 상장한 뒤 19.22% 상승한 160.95달러로 마감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개인 투자자들이 상장 20분 만에 1800만 달러를 사들이는 등 이날 하루 동안 1억1800만 달러 규모의 스페이스X 주식을 순매수하며 상승세를 주도했다고 보도했다.

스페이스X 창업자이자 지분 42%(의결권 80% 이상)를 보유한 일론 머스크의 자산은 사상 처음으로 1조 달러를 넘겼다. 다만 스페이스X가 우주항공 산업의 투자자금을 빨아들이자 로켓랩(―10.79%), 레드와이어(―11.53%), 인튜이티브 머신스(―13.12%) 등의 다른 우주항공 기업 주가는 하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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