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박근혜 단독회동]박근혜 “100일 범국민안전기간 정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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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9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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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민관 합동으로” 공감… 청와대서 100분간 독대

이명박 대통령(오른쪽)과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가 2일 청와대에서 오찬을 겸한 단독 회동에 앞서 웃으며 악수하고 있다. 두 사람 뒤로 박 후보의 비서실장인 최경환 의원(왼쪽)과 이상일 새누리당 대변인이 서 있다.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이명박 대통령(오른쪽)과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가 2일 청와대에서 오찬을 겸한 단독 회동에 앞서 웃으며 악수하고 있다. 두 사람 뒤로 박 후보의 비서실장인 최경환 의원(왼쪽)과 이상일 새누리당 대변인이 서 있다.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가 2일 청와대에서 오찬을 겸한 단독 회동을 가졌다. 대선을 108일 앞두고서다. 지난해 12월 22일 이후 8개월여 만의 단독 회동은 배석자 없이 1시간 40분 동안 진행됐다. 태풍 볼라벤 피해 대책과 나주 어린이 성폭행 사건 등 민생 현안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고 이상일 새누리당 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전했다.

우리 정치사에서 현직 대통령과 여당 대선후보가 대선이 있는 해 단독으로 만난 것은 1987년 전두환 당시 대통령과 노태우 민주정의당 후보의 사례가 유일하다. 그만큼 ‘현재 권력’과 ‘미래 권력’의 관계는 복잡 미묘하고 대선 정국에 미치는 영향이 적지 않다. 박 후보 측은 7분여간의 브리핑 외엔 기자들의 질문에 응하지 않았고, 청와대도 브리핑을 생략했다. 대선과 관련해 어떤 이야기가 오갔는지는 양측이 확인해 주지 않았다. 알려지지 않은 대화가 적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 MB, 박근혜 ‘민생 회동’ 부각

이 대통령과 박 후보의 회동 브리핑만 놓고 보면 마치 고위 당청협의를 연상케 한다. 그만큼 회동 의제를 철저히 민생 현안에 집중했다. 박 후보는 회동에서 △태풍 피해 대책 △반값등록금 실현 및 0∼5세 영유아 양육수당 전 계층 지원 △성폭력 대책 등 3가지의 현안에 대해 정부 지원을 요청했고, 이 대통령은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답했다. 반값등록금 및 영유아 수당 지원 확대는 박 후보의 총선 공약이다.

박 후보는 나주 어린이 성폭행 사건을 거론하며 “지금부터 100일간을 범국민 특별안전확립기간으로 정해 반사회적 범죄 예방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고 제안했고, 이 대통령은 “민관 합동으로 해야 한다”고 공감을 표했다.


▼ 朴 ‘준비된 후보’-MB ‘일하는 대통령’ 윈윈… 웃으며 헤어졌다 ▼

또 박 후보는 “학생들이 마음 놓고 공부하면서 꿈과 희망을 가질 수 있도록 등록금 부담을 절반으로 낮춰주는 정책은 꼭 추진해야 한다”고 말한 뒤 “정부가 보육료 지원이 불필요하다고 지목한 상위 30% 가구도 대부분 우리 주변의 평범한 맞벌이 가구다. 보육은 국가가 책임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학생들이 겪는 어려움, 여성들이 자기 역량을 잘 발휘할 수 있도록 도움이 절실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고 원론적인 수준에서 공감을 표했다.

박 후보는 태풍 피해에 대해 “정부에서 보완책을 마련하고 농어민들이 하루빨리 일어설 수 있도록 대통령이 직접 챙겨 달라”고 요청했고, 이 대통령은 “(수해 복구 대책의) 사각지대에 있는 농어민들이 희망을 갖고 재기할 수 있도록 챙기겠다”고 화답했다.

양측이 이날 만남을 ‘민생 회동’으로 규정한 것은 한창 경선 중인 민주통합당 등 야당과는 달리 정부와 여당 후보는 민생에 다걸기(올인)하고 있음을 부각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박 후보는 ‘준비된 대선 후보’, 이 대통령은 ‘임기 말까지 일하는 대통령’이라는 정치적 이미지를 얻어내려 했다는 것. 야당이 대통령의 선거 중립 의무를 문제 삼을 소지를 최소화하려는 의도도 엿보인다.

박 후보가 대부분 요청하거나 건의하고, 이 대통령이 공감하며 답변하는 형식을 취한 것도 눈에 띄는 대목이다. 여권 관계자는 “현직 대통령이 ‘미래 권력’이 될 수도 있는 여당 대선 후보에게 정치적 배려를 한 것 아니겠느냐”고 해석했다.

○ 서로 무게 인정하며 윈윈 모색

이날 회동을 계기로 이 대통령과 박 후보는 앞으로 정부 여당의 공통 과제인 민생 현안을 고리로 서로의 정치적 무게를 어느 정도 인정하며 각자의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모양새를 취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2인 3각’까지는 아니어도 현직 대통령과 여당 대선 후보로서 ‘느슨한 연대’는 이어가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새누리당 총선 공약인 반값등록금과 영유아 양육수당 확대에 대해 이 대통령이 그간 반대해 온 정부 입장과는 달리 공감대를 표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친박 핵심 관계자는 “대선 과정에서 적극적인 협조는 바라지 않지만 반값등록금 등은 총선 공약인 만큼 내년도 예산에 반영하는 식으로 정부가 협조해 달라는 의미였는데 이 대통령이 긍정적인 시그널을 보냈다”고 해석했다.

그런 의미에서 이날 공개되지 않은 대화 중 일부는 대선 전까지의 정치 상황과 이 대통령 퇴임 후에 대한 이야기였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2007년 대선 경선 후 지금까지 이어진 5년간의 ‘친이-친박’ 갈등은 접어두고 보수 세력의 정권 재창출로 서로 ‘윈윈’하자는 데 공감했을 것이라는 얘기다. 여권의 또 다른 관계자는 “회동을 통해 이 대통령은 남은 임기의 안정적인 마무리를 위한 국정운영 동력을 얻고, 박 후보는 여권 통합과 지지층 확대의 계기를 잡게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실제로 여권에선 이날 회동을 계기로 이 대통령이 1987년 민주화 이후 당적을 유지한 채 임기를 마치는 첫 대통령이 될 가능성이 더 높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박 후보에겐 아직도 자신에게 각을 세우는 이재오, 정몽준 의원 등 새누리당 비박계 인사들을 포섭하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이승헌 기자 ddr@donga.com  
동정민 기자 ditto@donga.com  
  
#이명박#박근혜#범국민안전기간#민생 회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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