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율 상승세 속에도 ‘대세론’ 못타는 문재인 왜?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7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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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노의 기획상품”… ‘노무현 vs 박근혜 프레임’서 못벗어나
리더십에 불안감… 낙동강전투 패배로 대선승리 확신못줘

문재인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의 지지율이 지난달 17일 대선 출마 선언 이후 꾸준한 상승세를 타고 있다.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의 침묵이 길어지면서 안 원장의 지지층까지 흡수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의 9일 발표에 따르면 대선후보 지지도에서 문 고문은 지난주보다 0.6%포인트 상승한 15.6%를 기록했다. 지난달 18일 11.6%보다 4%포인트나 뛴 것. 3% 안팎에서 큰 변화가 없는 손학규 상임고문과 김두관 전 경남도지사에 비해 5배 정도 높다. 일부 여론조사에서는 오차범위 안에서 안 원장을 앞서기도 했다.

이 정도면 당내에서 ‘문재인 대세론’이 나올 법도 하다. 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오히려 ‘문재인 필패론’ 등 다른 후보의 주장을 단순한 ‘1등 때리기’로 볼 수 없다는 분석마저 나온다. 압도적인 지지율 차이에도 불구하고 문 고문이 당심을 휘어잡지 못하는 것이다.

친노(친노무현) 그룹을 제외한 당내 인사들은 문 고문의 손을 선뜻 들어주기 어려운 이유로 △노무현 대 박근혜 대선 프레임에 대한 불안감 △친노에 대한 뿌리 깊은 거부감 △문 고문 리더십에 대한 회의 등 3가지를 꼽는다.

이들은 ‘친노’가 주는 협소한 이미지와 일부 부정적 인식 때문에 ‘노무현 대 박근혜’ 프레임으로 대선 승리가 가능하겠느냐는 점을 내세운다. 여기에다 친노에 대한 구원(舊怨)도 한몫을 하고 있다. 민주당의 한 인사는 10일 “문 고문은 솔직히 이해찬 대표를 중심으로 한 친노 직계세력이 만들어낸 ‘기획상품’ 아니냐”며 “문 고문이 출마 선언 때 ‘시대가 저를 정치로 불러냈다’고 말한 것 자체가 친노의 부름으로 나왔다고 시인한 것”이라고 했다.

앞서 이 대표는 ‘이해찬 대표-박지원 원내대표’ 담합 논란에도 불구하고 이 시나리오를 현실화시켰고, 비노(비노무현)의 반발에도 친노 계파의 블록을 쌓는 선택을 했다. ‘황우여 대표-이한구 원내대표’ 체제를 통해 친박계의 강한 블록을 구축한 새누리당과 비슷하다. 이후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은 자연스럽게 ‘친노 대 비노’ 구도로 짜였다. 하지만 친박과 달리 친노는 당내 압도적 다수가 아니다.

이 때문에 다른 주자들은 비노 진영의 구심점으로 자리 잡고 당의 전통적 지지기반인 호남정서를 업는 데 성공하면 문 고문과 대등한 승부가 가능하다고 계산한다. 각 캠프에서 결선투표제 도입을 요구하는 것도 이 같은 배경에서다. 비노 그룹의 한 의원은 “지난 총선에서 낙동강 전투 패배로 문 고문은 한계를 드러냈다”며 “경선이 다가오면 결선투표제나 단일화 논의가 터져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문 고문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민주평화국민연대(민평련) 초청 간담회에서 “대통령 주변의 권력형 비리와 관련해 참여정부는 역대 어느 정부보다 맑았다고 자부한다”며 “그럼에도 노무현 전 대통령의 가족과 형님 문제를 다 막지 못한 점은 뼈아프다.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이었던 내게 무한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집권하면 5년 내내 부패와의 전쟁을 벌일 것”이라고도 했다.

그는 한일 정보보호협정에 대해선 “독도를 자기 영토라고 주장하는 일본에 군사비밀정보를 제공하겠다는 얼빠진 나라가 어디 있느냐”며 “이 정부가 협정을 체결하면 대통령이 되고난 뒤 폐기할 것”이라고 말했다. 새누리당 박근혜 전 비상대책위원장이 경제민주화론자인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을 캠프에 영입한 것과 관련해선 “김 전 위원도 경제민주화와 복지국가의 장식 역할을 할 뿐”이라고 폄하했다. 민평련은 고 김근태 상임고문을 지지하던 인사들의 모임이다.

길진균 기자 leon@donga.com  
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문재인#민주통합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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