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두언, 청와대에 ‘압박’ 메시지?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7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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檢 출석땐 대선자금 질문에 끄덕… 귀가땐 “그분들 다 누렸지만…”

정두언 새누리당 의원은 5일 검찰 출석 당시 ‘2007년 대선자금 모금 차원에서 돈을 받은 게 아니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고개를 두 번 끄덕였다. 이명박 대선후보 캠프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맡았던 그가 불법으로 대선자금을 모금했다는 것을 시인하는 듯한 표정이었다. 그러나 기자가 “(대선자금용이) 맞다는 것이냐”고 다시 묻자 “충분히 잘 해명될 것”이라며 즉답을 피했다. 이날 밤 늦게 조사를 마치고 나온 정 의원은 대선자금 명목이었는지 기자들이 다시 묻자 “자세한 이야기는 할 수 없지만 나름대로 소명을 했다”고 했다.

그는 이날 하루 자신과 이상득 전 의원이 저축은행으로부터 받았다는 불법자금이 대선자금인지를 묻는 질문에 대해 이런 방식으로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았다. ‘해명’ ‘소명’ 등을 강조한 것은 오히려 대선자금 관련성을 적극적으로 부인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이라는 해석도 나왔다.

정 의원이 이렇게 판도라의 상자나 다름없는 대선자금의 문을 열 듯 말 듯한 태도를 보이는 것은 청와대에 보내는 일종의 ‘경고’라는 분석이 일각에서 나오고 있다. 정권 창출의 일등공신이면서도 권력에서 철저히 소외됐는데 대선자금 모금 과정에서 불거진 문제까지 자신이 책임질 수는 없다는 뜻을 청와대에 간접적으로 설명하려 했다는 것이다.

정 의원이 검찰에 나오기 전 자신이 임석 회장을 이 전 의원에게 소개해줬다고 시인한 것도 자신은 저축은행 불법자금의 수혜자가 아니라 ‘중개자’에 불과했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한 포석으로 보인다. 임 회장이 대선자금을 대겠다고 하니 이 전 의원에게 소개해줬을 뿐인데 왜 나한테 칼을 겨누느냐는 무언의 시위라는 것이다. 정 의원이 검찰 조사를 받고 나오면서 정권 실세들을 겨냥해 “그분들은 다 누렸지만 나는 이 정권 내내 불행했다”고 한 것도 이런 해석을 뒷받침한다. 그가 이 말을 할 때 눈가가 붉게 물든 것은 청와대를 비롯한 정권 실세에 대한 격한 감정을 드러낸 것으로 볼 수도 있다.

검찰은 이미 정 의원에 대해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한 상태다. 이 때문에 향후 수사 과정에서 의원직을 잃을 수 있다고 판단될 경우 대선자금과 관련한 ‘무언가’를 폭로할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게 됐다.

서울중앙지법은 정 의원에 대해 구속전 피의자 직접심문(영장실질심사)을 위해 체포동의 요구서를 7일 오후 검찰에 보냈다. 국무회의 심의를 거쳐 대통령 재가를 받으면 국회에 제출된다. 정 의원에 대한 구속전 피의자 직접심문(영장실질심사)은 ‘현역 의원에 대한 구속영장 실질심사는 국회 체포동의 절차를 거쳐야 한다’는 국회법에 따라 국회에서 체포동의안이 통과돼야 가능하다. 요구서가 국회에 제출되면 국회의장은 본회의에 이를 보고하고 24시간 이후 72시간 이내에 무기명 표결을 해야 한다. 재적의원 과반수 출석에 과반수가 찬성하면 체포동의안이 통과된다. 체포동의요구서는 이르면 9일, 아니면 16일 국회 본회의에 보고될 것으로 보인다.

전지성 기자 verso@donga.com
#정두언#청와대#대선자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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