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가슴 아프다” ‘권불오년(權不五年)’을 실감하는 듯 ‘형님’의 얼굴에 먹구름이 짙게 드리워 있다. 3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초동 대검찰청에 들어서는 이상득 전 새누리당 의원의 표정은 천둥 번개와 함께 소나기를 쏟은 이날 오후 서울 하늘처럼 어두웠다. 그는 기자들에게 “가슴이 아프다”고 했다. 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이명박 대통령의 친형인 이상득 전 새누리당 의원(77)이 불법자금을 받은 혐의로 3일 검찰에 소환돼 조사를 받았다. 이 전 의원은 4일 새벽까지 이어진 조사에서 저축은행들과 코오롱그룹으로부터 총 7억 원 안팎의 불법자금을 받은 혐의를 일부 시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복합물류센터 파이시티 인허가 로비 혐의로 구속 기소된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과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에 이어 이 전 의원까지 구속되면 현 정부 실세 3인방이 모두 구치소 신세를 지게 된다. 정두언 새누리당 의원도 5일 소환조사를 받는다.
저축은행비리 정부합동수사단(단장 최운식 부장검사)은 3일 오전 10시 이 전 의원을 불러 불법대출 등 혐의로 구속 기소된 임석 솔로몬저축은행 회장과 김찬경 미래저축은행 회장, 코오롱 측으로부터 모두 7억여 원의 불법자금을 받은 경위와 대가성 유무를 캐물었다.
최운식 합수단장은 “이 전 의원은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았다”며 “이 전 의원이 조사 시작 전 ‘죄송합니다’라는 말을 남겼다”고 말했다. 검찰은 두 저축은행이 대선을 전후해 ‘보험금’ 명목으로 돈을 건넸고 이 중에는 금융당국 검사 무마 등 구체적인 청탁도 포함된 것으로 보고 있다. 이 전 의원은 돈을 받은 혐의는 일부 인정하면서도 대가성은 강하게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이들로부터 따로 청탁을 받지 않았고 설령 청탁이 있었더라도 들어주지 않았다’는 취지로 항변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5일 정 의원에 대한 소환조사까지 마친 뒤 이 전 의원에 대해 정치자금법 위반 및 알선수재 혐의로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할 방침이다.
합수단은 임 회장에게서 수천만 원의 불법자금을 받았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정 의원에게도 “5일 오전 10시에 소환조사를 받으라고 통보했다”고 밝혔다. 정 의원도 이 전 의원처럼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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