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남도발 계획 없다” 北외무성 대화 모색?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6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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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화 통해 핵실험도 부인
군부 잇단 협박과 대조적

북한 외무성이 ‘현재 핵실험이나 연평도 포격전 같은 대남 도발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최근까지 동아일보를 비롯한 일부 언론과 남한 정부에 대해 ‘조준 타격’ ‘보복 성전’을 위협하던 모습과는 딴판이다. 북한의 전형적인 이중전술이라는 게 전문가의 분석이지만 한편으론 대화 국면으로 전환하는 것을 본격적으로 모색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북한 외무성은 9일 대변인 담화를 통해 “역적패당이 지속적인 도발을 거는 데는 음흉한 기도가 있다”며 “우리를 한사코 자극해 현재 계획하지도 않고 있는 핵시험(핵실험)이나 연평도 포격전과 같은 강경 대응조치를 발생시키고 우리가 호전적인 것처럼 부각시킴으로써 반공화국 제재 분위기를 조성해 보겠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역적패당의 도발 책동을 부추기고 눈감아 주는 주변국들이 있다면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을 것”이라고 위협했다.

앞서 북한은 지난달 22일 외무성 대변인 문답을 통해 “핵실험 같은 군사적 조치는 예견한 것이 없었다”고 주장했고,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총련) 기관지 조선신보는 이달 5일 “미국은 (대화로 돌아설) 반전의 기회를 잡아야 하며 조선도 지속적인 대화를 바라고 있다”고 대화 의지를 밝혔다.

외무성 대변인 담화는 대변인 문답이나 조선신보 보도보다 격(格)이 높다. 더욱이 북한 유일지도 체제의 속성상 이번 담화는 외무성만의 의견이라기보다는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 등 최고지도부의 의중이 반영된 것으로 볼 수 있다.

북한은 지난해 말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망 이후 지속적으로 남한 정부를 비난해 오다가 4월 23일 인민군 최고사령부 특별행동소조의 통고, 이달 4일 군 총참모부 명의의 공개통첩장을 통해 한국 정부와 일부 언론사를 공격하겠다고 구체적으로 협박한 바 있다.

북한이 이런 대남 위협 속에서 대화를 모색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다른 대안이 없기 때문이라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정부 관계자는 “북한이 원하는 것은 체제 유지인데 지금 핵실험이나 대남 도발을 할 경우 제재만 불러오게 된다”고 분석했다. 유호열 고려대 교수는 “북한이 핵실험을 하려다 계획을 바꾸면서 남측에 책임을 떠넘겨 면피를 하려는 것”이라며 “올해 미국과 한국 대선 뒤 새 정부가 들어설 때를 대비한 사전작업 성격도 있다”고 설명했다.

예상보다 빨리 북-미 대화가 재개될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북한이 미국에 ‘우리의 진정성을 이해하고 협상에 응하라’고 촉구하고 있는 것”이라며 “다음 달 캄보디아에서 열리는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이 북-미 대화 재개의 분수령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장택동 기자 will71@donga.com
#대남도발#북한#외무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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