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진보당 전국운영위원회의 ‘33시간 마라톤 회의’(4일 오후 2시∼5일 오후 11시 40분)를 지켜보며 정치권에서는 “‘게임의 룰’이 바뀐 19대 국회의 모습을 미리 본 듯하다”는 말이 나온다. 18대 국회가 마지막으로 통과시킨 이른바 국회선진화법의 문제점을 통진당이 고스란히 보여줬다는 얘기다.
이달 30일 임기가 시작되는 19대 국회에서는 과반수가 아닌 ‘5분의 3(60%)’이 법안 통과의 새로운 기준이 됐다. 어느 정당도 60%의 의석(180석)을 확보하지 못한 만큼 여야 간 타협이 이뤄지지 않으면 어떤 법도 통과되기 어렵다는 의미다.
특히 소수당의 비토권이 크게 강화됐다. 대표적인 것이 필리버스터의 도입. 재적의원 3분의 1 이상이 요구하면 본회의에서 무제한 토론이 가능하다. 4, 5일 통진당 운영위 회의처럼 날밤을 꼬박 새울 수도 있다는 얘기다. 이날 표결을 막기 위한 통진당 당권파들의 노골적 회의 진행 방해를 두고 ‘이정희 식 필리버스터’라고 부르는 이유다.
통진당 비당권파들은 결국 온라인 회의로 비례대표 후보 14명의 총사퇴 권고안을 통과시켰다. 하지만 현행 국회법 절차에 온라인 회의가 없는 만큼 소수당의 ‘날밤 필리버스터’에 다수당이 의결정족수를 채우며 버텨낼지가 불투명하다.
국회선진화법은 필리버스터로 쟁점 법안을 통과시키지 못한 채 회기가 끝나면 다음 회기에서 지체 없이 표결처리하도록 돼 있다. 하지만 다음 회기에서 다른 법안에 대해 필리버스터를 하며 또다시 쟁점 법안 처리를 미루는 ‘변칙’이 등장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새누리당 관계자는 “이정희 공동대표가 노골적으로 안건 표결을 막고, 동문서답 식으로 회의를 진행하는 모습을 보며 상임위원장이 마음만 먹으면 각종 제도적 보완장치에도 불구하고 ‘상임위를 마비시킬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 말했다. 이 공동대표의 ‘희한한’ 회의 진행을 지켜보던 통진당의 한 운영위원은 “이게 말로만 듣던 필리버스터냐. 의원들이 (필리버스터를) 한다는 얘기는 들어봤어도 (회의를 주재하는) 의장이 하는 것은 처음 봤다”고 성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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