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시중 파이시티 금품수수 파문]‘2조4000억 파이시티’ 빼앗겼나 자금난에 넘어갔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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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4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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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배 vs 우리銀- 포스코건설 공방
李측 “억지 파산 당했다” vs 은행 “이자 못받는 상황”

인허가 비리로 논란을 빚고 있는 파이시티를 둘러싸고 이정배 전 파이시티 대표 측과 채권은행인 우리은행, 시공사인 포스코건설은 2010년 여름부터 2년 가까이 치열한 공방전을 이어오고 있다. 사업 규모만 2조4000억 원에 달하는 서울 강남 한복판의 대형 노른자 땅이다 보니 이해관계자 간 아귀다툼이 쉽사리 끊이질 않는 상황이다.

2010년 8월 우리은행 측이 파이시티에 대해 파산을 신청한 뒤로 사실상 경영권을 상실한 이 전 대표 측은 지난해 11월 “우리은행이 파이시티 사업권을 포스코건설에 주려고 억지로 파산신청을 했다”며 우리은행과 포스코건설을 신용훼손 업무방해 사기 및 강요죄로 고소한 상태다.

이 전 대표 측은 고소장에서 ‘우리은행 측이 2010년 7월, 200억 원을 줄 테니 파이시티의 사업권을 넘기고 해외로 도피하라고 협박했다. 이를 거부하자 시행사 동의 없이 임의대로 파산신청을 진행했다’고 적었다. 다른 증권사들과 자금조달 계획이 성공적으로 진행 중인 상황에서 우리은행 측이 대출만기일도 지나지 않았는데 멋대로 파산을 신청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우리은행 측은 ‘근거 없는 소리’라며 일축했다. 당시 이 전 대표에게 ‘200억 원을 주겠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진 우리은행 고모 부장은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200억 원을 약속하며 설득한 것은 사실이지만 흑막이니 뭐니 그런 것은 전혀 없다”며 “그대로 두면 시공사는 망하고 채권단은 비용부담이 늘어나니 그냥 둘 수 없지 않느냐”고 했다. 파이시티 인허가가 생각보다 지연되면서 대출이자를 내지 못해 밀린 상태였고 이자를 대납해주기로 약속했던 공동시공사 성우종합개발과 대우자판도 때마침 워크아웃에 들어가 더는 기다려줄 수 없었다는 것. 그는 “200억 원은 이 씨가 거부했기 때문에 준비하지도 않았다”고 했다.

대주단의 파산신청에 대해 지난해 1월 법원은 파이시티에 대해 회생 결정을 내렸고 그해 5월 시공사에 포스코건설이 지정됐다. 시공사 선정 문제를 둘러싸고도 양측의 입장은 첨예하게 엇갈린다. 이 전 대표는 고소장에서 “우리은행이 포스코건설과 몰래 비밀 계약을 맺고 다른 업체는 낄 수 없는 조건으로 포스코건설에 시공사 계약을 밀어줬다”며 “이 모든 과정은 우리은행이 추천해 지정된 법정관리인 김광준 씨(50)가 주도한 일”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서도 우리은행과 포스코건설은 모두 사실이 아니라고 부인했다. 우리은행 측은 “시공사 선정과정에서 다른 업체에도 제안했지만 다 포기하고 포스코건설만 가능한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포스코건설 관계자 역시 “시공사 재선정 과정에서 다른 건설사는 지급보증 부분에 부담을 느껴 입찰을 포기한 것”이라며 “이 전 대표가 문제 삼는 법정관리인 김 씨는 법원에서 선임한 사람으로 우리은행과는 전혀 관계가 없다”고 말했다.

전주영 기자 aimhigh@donga.com  
권기범 기자 kaki@donga.com  
황진영 기자 buddy@donga.com  
#최시중#파이시티금품수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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