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대남 혁명무력 특별행동 곧 개시… 3∼4분내 초토화”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4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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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KBS-MBC-YTN 공격대상 언론사로 지목
천영우 “北 김일성 교주 神政체제… 약자 콤플렉스” 맞불

연일 남한을 위협해온 북한이 대남 비난을 넘어 무력 공격을 경고했다. 특히 동아일보를 비롯한 언론기관에 대한 공격을 공언해 주목된다. 이에 한국정부도 강하게 대응하고 있다.

조선인민군 최고사령부 특별작전행동소조는 23일 발표한 ‘통고’에서 “혁명무력의 특별행동이 곧 개시된다”며 “특별행동의 대상은 주범인 이명박 역적패당으로 보수 언론매체들이 포함된다”고 밝혔다.

북한군은 최근 이명박 대통령의 통일정책 특강, 한국군의 미사일 시험발사 등을 비난한 뒤 “혁명무력의 특별행동은 일단 개시되면 3∼4분, 아니 그보다 더 짧은 순간에 지금까지 있어본 적 없는 특이한 수단으로 초토화해 버리게 될 것”이라고 위협했다.

북한군은 공격 대상 언론사로 동아일보와 KBS, MBC, YTN을 꼽았다. 특별행동소조는 “역적패당의 시녀로 전락된 지 오랜 보수언론매체들은 쥐새끼 무리들의 추악한 망동을 그대로 여론화하는 추태를 부리고 있다”며 “서울 한복판에 자리 잡고 있는 동아일보와 KBS, MBC, YTN과 같은 언론매체들까지 가담하고 있다”고 강변했다.

조선중앙통신과 북한 내각 기관지 민주조선은 이날 동아일보와 보수 언론을 비난하는 별도의 기사를 실었다. 이들은 “동아일보를 비롯한 악질적인 보수언론들도 우리의 존엄 높은 영상 모습을 날조하는 무도한 짓을 서슴지 않았다”고 원색적으로 비난했다. 동아일보는 15일 태양절(김일성 생일) 열병식 중계화면에서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의 입 모양을 분석해 군 핵심 간부들과 주고받은 대화 내용을 보도한 바 있다.

▶본보 17일자 A10면 金, 미사일 가리키며 “저것 쏜 적이 있나”

북한 외무성은 22일 밤 발표한 대변인 성명에서 “무슨 일이 터지는 경우 그 책임은 전적으로 이명박 역도에게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앞서 인민군 최고사령부는 18일 동아일보 등을 지목하며 “서울 한복판이라 해도 최고 존엄을 헐뜯는 도발원점을 통째로 날려버리는 특별행동조치가 취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날 북한군의 발표는 그동안의 대남 위협과는 차원이 다르다는 지적이 많다. 공격의 주체와 대상을 구체적으로 명시했다는 점에서 대남 도발이 임박했다고 봐야 한다는 것이다. 한 탈북자는 “북한에서 ‘곧’이라는 표현은 일주일 이내를 의미한다”고 말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북한의 내부 행사가 끝남에 따라 관심을 외부로 돌리고 본격적으로 대남 도발을 준비하는 것 같다”며 “사이버테러부터 생화학테러까지 모든 유형의 도발에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 대북 소식통은 “북한 군부가 김정은에게 충성경쟁을 하는 시점이기 때문에 더욱 위험하다”고 우려했다. 
▼ “北, 사이버-생화학 테러 등 도발 가능성” ▼


북한군의 발표 주체인 ‘특별작전행동소조’는 그동안 공개되지 않았던 조직이다. 한국국방연구원 백승주 박사는 “일종의 태스크포스(TF)로 보이는데, 북한군이 대남 도발을 위해 별도의 조직을 만들었다면 도발 가능성이 더 높아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북한군이 산하 부대 명의로 발표한 데다 은밀하게 진행해야 할 공격을 사전에 공개했다는 점에서 심리전의 성격이 강하다는 평가도 있다. 정영태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김정은 체제의 안정화 과정에서 대남 공세가 강화되는 것은 예정된 수순”이라며 “북한군의 발표도 같은 맥락에서 큰 의미를 두기 어렵다”고 말했다.

○ 천영우 “북한은 신정(神政)·세습체제… 약자 콤플렉스 갖고 있어”

천영우 대통령외교안보수석비서관은 이날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주최 토론회에서 “북한은 김일성을 교주로 하는 신정·세습체제다. 신정체제에서는 주민 수천 명이 죽는 것보다 김정일 일가의 신성모독이 훨씬 가슴 아픈 일”이라며 “이 때문에 지금 북한에서는 격렬한 용어와 표현으로 (대남 비방의) 새 경지를 개척하는 경연대회가 열린 셈”이라고 밝혔다. 정부 고위 당국자로서는 이례적으로 강하고 직설적인 발언이다.

또 천 수석은 “북한은 피해의식과 과대망상 같은 ‘약자 콤플렉스’를 갖고 있다”며 “핵 개발과 미사일 속에 구원이 있다고 믿는 허상도 피해의식의 발로”라고 말했다. “무엇보다 자존심 상하는 걸 참지 못하고 우습게 보일까 봐 하지 않아도 될 도발을 감행하는 강박감이 있다”며 “북한의 내부가 불안정하기 때문에 이런 증세가 심해질 가능성이 있다”고도 했다. 그러면서 “언젠가 북한도 변하지 않으면 안 되는 임계점에 도달할 것”이라고 말했다.

군 당국도 강력한 대응을 거듭 천명했다. 성일환 공군참모총장은 이날 경기 오산시의 공군작전사령부를 방문해 대비태세를 점검한 뒤 “최근 북한은 어느 때보다 도발 위협강도를 높이고 있다”며 “적 도발 시 도발원점과 지원세력까지 초토화해 반드시 복수하겠다는 각오로 대비태세에 만전을 기해 달라”고 강조했다.

군 관계자는 “이번 북한의 발표는 국제 테러집단에서나 할 수 있는 언동”이라며 “한미 군 당국은 연합 감시자산을 운용해 북한군의 동향을 면밀히 감시하고 도발 시에는 철저하고 강력하게 응징할 것”이라고 말했다. 군 당국은 지금까지 북한군의 특이 동향은 없다고 전했다.

장택동 기자 will71@donga.com  
조숭호 기자 shcho@donga.com  
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  
#대남도발#언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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