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명숙 대표 사퇴 이후 지도체제를 놓고 내홍에 빠졌던 민주통합당이 15일 밤 최고위원회의를 열고 다음 달 초까지 문성근 대표직무대행 체제로 가기로 했다. 다음 달 4일경 ‘19대 국회 당선자 대회’에서 원내대표를 선출하면 새 원내대표가 위원장이 되는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전환하기로 했다. 비대위 체제는 6월 9일 열리는 임시전당대회까지 유지된다.
1·15전당대회 때 2위를 한 문 최고위원은 13일 한 대표 사퇴 후 당헌에 따라 자동적으로 대표직무대행이 됐다. 박용진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최고위원들이 문 대행 체제는 정치적 책임을 지는 게 충분치 않다고 의견을 모았다”고 말했다.
이날 밤 결론이 나오기까지 민주당은 임시전당대회까지 딱 두 달 동안 민주당을 이끌 임시지도부 구성 방안을 놓고 ‘대표직무대행 체제론’과 ‘비상대책위원회 구성론’이 맞서면서 당내 세력 간 주도권 다툼이 본격화하는 양상이었다.
당 주류인 친노(친노무현) 진영은 당 대표 사퇴 시 2개월 내에 치르기로 돼 있는 임시전당대회 때까지 ‘문성근 체제’가 유지돼야 한다는 견해였다. 여기에 선출직 최고위원인 김부겸 최고위원도 비대위를 구성하지 않고 대표직무대행 체제를 유지하자는 쪽이었다. 이인영 최고위원도 당초 지도부가 책임을 지고 사퇴해 비대위 체제로 전환하자는 입장이었지만 대표대행 체제 쪽으로 선회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비주류인 박지원 최고위원은 비대위 구성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그는 트위터 등에서 “총선 실패에 책임지고 반성할 사람들이 차기 지도부 선출 때까지 두 달간 국민 앞에 나서서 당을 이끌겠다고 하면 국민이 뭐라고 하겠느냐”고 비판했다. 지도부 총사퇴 후 비대위를 구성해 차기 전대를 실시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명직 최고위원인 이용득, 남윤인순 최고위원도 비대위를 구성하자는 주장을 편 것으로 알려졌다. ‘문성근 체제’에 대해선 “총선에서 국민의 선택을 받지 못한 사람이 당의 간판으로 나서면 국민의 의사를 무시하는 것”이란 비판론도 나온다.
당내 유력한 대선주자인 문재인 상임고문도 지도체제 논쟁에 발을 담갔다. 그는 한 대표가 총선 패배의 책임을 지고 사퇴한 데 대해 14일 트위터에 “현실 정치의 비정함일까요”라며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그는 “한 대표는 모두가 만류해도 결코 책임을 피하지 않을 분인데, 후속 방안을 논의할 겨를조차 주지 않고 등 떠미는 모습은 씁쓸했다. 정치도 품격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요”라고 말했다. 한 대표의 사퇴를 압박한 박 최고위원 등 비주류 인사들을 비판한 것으로 풀이된다. 문 고문과 한 대표는 같은 친노계다.
당내 각 세력이 차기 지도체제 구성에 이처럼 민감한 이유는 향후 대선 국면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문 상임고문을 대선후보로 밀려는 친노 등은 대선후보 경선 때까지 당권을 유지하고 싶어 하는 반면 다른 대선주자 그룹은 중립적 인사가 경선을 관리하길 바란다는 분석이다.
차기 대표로는 주류 측에서 참여정부 국무총리를 지낸 이해찬 상임고문과 참여정부 초대 대통령비서실장을 지낸 문희상 전 국회부의장이 거론된다. 비주류 측에선 김한길 전 원내대표와 박지원 최고위원의 이름이 오르내린다.
이날 민주당에서는 친노 진영의 당 운영 방식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곳곳에서 터져 나왔다. 호남 출신인 김효석 의원은 ‘총선 패배가 보약이 되기 위해서는 당의 스펙트럼을 넓혀야 한다’는 제목의 글을 내고 “당이 한쪽으로 너무 치우친 결과 민주당에 대해 불안하게 생각하는 사람이 의외로 많았다”고 지적했다. 또 그는 “당의 얼굴과 의사결정 구조에 많은 변화가 있어야 한다”며 “당장 구성되는 지도부에서부터 이를 반영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과 가까운 그는 “안철수 교수더러 당에 들어오라고 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며 “문제는 우리 당이 안 교수의 정책과 철학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느냐 하는 것”이라고도 했다. 전남 담양-곡성-구례에서 내리 3선을 한 그는 이번 총선에서 서울 강서을로 지역구를 바꿔 출마했지만 새누리당 김성태 의원에게 871표 차로 석패했다.
문용식 김두수 서양호 씨 등 19대 국회에 입성하지 못한 486 인사들은 15일 성명을 내고 “총선 참패의 원인은 공천 실패와 리더십 부재”라며 “현 지도부는 여당에 대한 전 국민적 불신에도 불구하고 총선 참패의 결과를 가져온 것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 이들이 얕은 꼼수로 책임을 모면하려 한다면 국민과 당원은 절대로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비대위 구성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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