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대통령 “한미FTA-제주해군기지, 北이 가장 반대하는 것”

  • Array
  • 입력 2012년 3월 13일 03시 00분


코멘트

李대통령, 신문방송편집인협회 토론

이명박 대통령이 12일 서울 서초구 양재동 교육문화회관에서 열린 한국신문방송편집
인협회 초청 토론회에 참석해 국정 현안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이명박 대통령이 12일 서울 서초구 양재동 교육문화회관에서 열린 한국신문방송편집 인협회 초청 토론회에 참석해 국정 현안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이명박 대통령은 12일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토론에 참석해 남북 관계와 탈북자 북송, 탈당 가능성, 개헌 등 다양한 주제를 놓고 견해를 밝혔다. 현직 대통령으로는 최초로 외부 기관의 패널 토론에 나선 자리였다. 이 대통령은 50여 개 신문·방송사의 편집·보도국장들과 100분간 질의응답을 했고 이어 설렁탕 오찬을 하며 대화를 이어갔다.

○ “中이 도발 응징 의지 北에 전달”


이 대통령은 탈북자 문제 해결 의지를 설명하면서 “중국이 우리가 생각하는 것만큼 북한에 편중돼 있지 않다”고 말했다. 중국의 북한 편향이 탈북자의 강제북송과 주중 한국공관의 탈북자 한국행 불허 배경이 아니냐는 관측은 사실과 다르다고 강조한 것이다.

특히 이 대통령은 “연평도 사건 이후 ‘새로운 도발 땐 강력 대응하겠다’는 한국의 의지를 중국 정부가 북한에 공식 통보했다는 점을 (우리에게) 공식적으로 답해줬다”고 소개했다. 이 대통령이 이런 중국 측의 답변을 들은 것은 올해 1월 베이징에서 열린 한중 정상회담에서였다고 청와대 관계자는 설명했다.

이 대통령은 “우리의 응징 의지가 잘 전달됐고 중국 등 주변국의 분위기 때문에 (북한이 도발을) 쉽게 결심할 수 없을 것”이라며 “실질적 도발 위협은 적지만 (북한이) 말은 많이, 협박은 많이 할 것으로 생각한다. 북한의 도발 위협은 높아졌다기보다 낮아졌다”고 말했다.

○ “조건 붙은 정상회담은 안 해”

이 대통령은 남북 정상회담에 대해 “한두 차례 기회가 있었지만 ‘과거처럼 관례적, 조건적 만남은 의미가 없다. 차라리 안 만나는 게 만나는 것보다 남북 관계를 진전시키는 데 기여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이 거론한 ‘한두 차례 기회’는 2009년 10월 당시 임태희 고용노동부 장관이, 지난해 5월 김태효 대통령대외전략비서관이 각각 북측 인사를 만나 정상회담을 논의한 것을 가리키는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은 ‘대등한 남북 관계’의 틀을 만들었다고 자평하며 개성공단의 사례를 들었다. 그는 “취임하고 보니 북한이 개성공단 문을 닫겠다고 하는 등 ‘북한이 갑, 우리가 을’이었다. 하지만 우리가 개성공단을 철수하거나 제3국으로 보내는 비용을 계산해보니까 감당할 수 있는 액수였다. 이후 북한의 태도가 달라져 ‘문 닫겠다’는 말이 없어졌다”고 말했다.

정부 당국자는 “2010년 말 북한의 연평도 포격 도발 이후 유사시 기업 철수 결정에 필요한 보상액수를 산정해본 결과 5000억∼3조 원 정도였다”고 설명했다.

이 대통령은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북한 정권이 아니라 북한 사회, 북한 주민들의 변화”라며 “대한민국보다 북한 주민들이 북한 정권을 변화시키는 힘이 더 클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남북 대화라는 기회의 창은 열려 있지만 북한이 총선에 영향을 주려고 저렇게 열심히 하는 한 총선 전 (북한과의) 대화는 힘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 북한이 싫어하는 두 가지

이 대통령은 제주 해군기지 건설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두고 야당에서 반대하는 것에 대해 “정부로선 싸우고 항의하기보다 이해해 달라고 부탁하고 싶다. 너무 갑갑하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특히 이 두 사안을 두고 “북한이 가장 반대하는 일이다. 안보와 경제 이슈가 섞인 일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했다.

또 이 대통령은 “한-유럽연합(EU) FTA를 두고 국회에서 큰 반대가 없었다”며 “한미 FTA에 유독 반대가 큰 것은 혹시 이데올로기(이념), 반미와 관련된 게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임기 첫해에 발생한 ‘광우병 쇠고기’ 파동에 대해 “사실이 아닌 선동에 보조를 맞춘 정치인도 있었다”며 “시위현장의 정치인 가운데는 나와 미국에서 (쇠고기) 스테이크를 가장 많이 먹은 사람도 있었고 그 자제분들도 지금 스테이크를 먹고 있다”고 꼬집었다.

○ “박근혜는 아주 유능한 정치인”

이 대통령은 새누리당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을 두고 “아주 유능한 정치인 중 한 사람임을 국민이 다 안다. 우리나라에 그만한 정치인은 몇 사람 없다고 생각한다”고 평가해 눈길을 끌었다. 이 대통령은 ‘박근혜 대세론과 한계론’을 묻는 질문에 “대세론은 들어봐도 한계론은 들어본 적 없다. 한계론은 정치적 수사가 아니겠느냐. 박 위원장은 유망한 정치인이다”라고 말했다. 야당은 즉각 “선거 개입”이라고 비판했다.

이 대통령은 탈당 가능성에 대해 “대통령이 탈당해야만 공정 선거가 될 것이라고 국민이 믿지 않을 것”이라며 탈당 의사가 없음을 강조했다. 개헌에 대해서는 “다음 정권에서 의회가 외부 전문가와 함께 검토해서 국민의 생각을 반영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김승련 기자 srkim@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