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40‘강남좌파’ 잇단 출사표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3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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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IT 등 젊은 직장인들
민주-진보에 與텃밭 공천신청

잘나가는 30, 40대 화이트칼라들이 서울 강남·서초 등 새누리당의 수도권 텃밭 지역에 공천을 신청했다. 이들이 노크한 정당은 새누리당이 아니라 ‘재벌세’ ‘부유세’를 주장하는 민주통합당과 통합진보당이다. ‘강남좌파’의 확산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서초갑에 민주당 후보로 공천을 신청한 이혁진 씨(44)는 외국계 증권회사 출신으로 CJ자산운용(현 하이자산운용) 상무를 지냈다. 현재 자신이 운영하는 자산운용회사 대표다. 그는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도 미국 민주당 지지자다. 성장, 분배 논쟁도 중요하지만 국가의 부를 키우는 게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근태 전 민주당 상임고문의 보좌관 출신인 박민규 씨(38)는 서초을에 도전장을 냈다. 그는 정치권에 들어오기 전에는 금융회사에서 근무했고 4년 전 정치권을 잠시 떠난 뒤에는 딜로이트 안진회계법인에서 이사를 지냈다. 그는 “서초을에서 중고교를 마쳤다. 이 지역에서 성장한 사람이 국회의원에 당선된 사례가 아직 없다”고 말했다.

역시 민주당 후보로 서초을에 공천을 신청한 전경일 씨(47)는 야후코리아 총괄이사를 지냈다. 경영 관련 서적 등을 30여 권이나 쓴 경영전문가다. 그는 “경제정의 실현과 성장발전 계획까지 함께 제시해 국민적인 공감을 불러일으킬 것”이라고 말했다.

통합진보당 이종웅 씨(46)는 정보기술(IT)기업이 밀집한 경기 성남시 분당을에 도전장을 냈다. 그는 삼성전자에서 10년간 근무했고 외국계 IT기업인 어바이어코리아 사업본부장을 지냈다. 이곳에서 민주당 예비후보로 뛰고 있는 김병욱 씨(47)도 한국증권업협회 코스닥공시과장 출신이다.

전통적으로 새누리당 강세지역으로 꼽혀온 지역에 스펙 좋은 3040세대가 야당 후보로 나서겠다고 손을 든 근본적인 원인은 이번 총선에서 수도권에 야당 바람이 불 것으로 기대하기 때문이다. 또한 전문직 종사자 등 경제적으로는 고소득 계층이지만 정치적으로 진보 성향을 가진 강남좌파 계층의 확대라는 성격도 있다. 김형준 명지대 교양학부 교수는 “강남좌파의 확대는 강남지역 유권자의 새로운 트렌드를 반영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이유종 기자 pe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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