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 신용카드 가맹점에 대한 우대 수수료율을 금융위원회가 정하도록 한 여신전문금융업법(여전법) 개정안이 27일 정부와 카드업계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시장경제의 근간인 ‘가격’을 결정하는 과정에 정부가 직접 개입하도록 한 위헌적 결정이라는 비판이 많아 법 집행 과정에서 상당한 논란이 우려된다. 수수료율을 정해야 하는 금융당국조차도 “어느 법을 뒤져봐도 정부가 가격을 정하게 한 사례는 없다”고 반발했다.
국회는 27일 법제사법위원회와 본회의를 잇달아 열어 여전법 개정안을 원안대로 의결했다. 개정안은 중소 가맹점에 대한 우대 수수료율을 금융위가 직접 매기는 한편 카드사가 가맹점 수수료율을 부당하게 차등하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개정안이 올해 연말쯤 시행되면 금융위가 영세 가맹점의 수수료율을 일방적으로 정해 카드사에 강제로 적용할 수 있고, 이를 받아들이지 않는 카드사에 영업정지나 등록 취소 같은 고강도 징계조치를 내릴 수 있다.
경제전문가들과 카드업계는 ‘금융위가 우대 수수료율을 정하라’는 개정조항이 위헌이라고 보고 있다. 민간 기업인 카드사가 정하는 가격인 수수료율 체계에 정부가 손을 대도록 허용해 헌법이 보장하는 ‘영업의 자유’를 침해할 소지가 크다는 것이다.
김석동 금융위원장도 이날 법사위에서 “금융위가 직접 요율을 정하도록 한 부분만 삭제해 달라”고 요청했지만 여야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여야 간사가 대표적인 포퓰리즘(대중영합주의)이라고 비판받는 ‘저축은행특별법안’을 보류하는 대신 여전법 개정안을 원안대로 통과시키는 합의를 했다는 관측이 정치권 일각에서 흘러나왔다.
원안 확정 직후 금융당국 내부에서는 앞으로 소비자와 카드사, 정부 사이의 갈등이 커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선례를 찾기 힘든 입법인 데다 정부가 모든 카드사의 원가를 분석해 합리적인 수수료율을 제시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의 고위 관계자는 “현행법에도 금융위가 카드사에 원가 산정을 위한 자료를 요청해 요율 조정을 권고할 수 있도록 돼 있다”며 “금융감독원이 금융위의 위임을 받아 법을 집행하면 합리적인 수준으로 요율을 바꿀 수 있는데도 과도한 수준의 입법을 했다”고 말했다.
카드업계는 ‘수수료율을 부당하게 차등하지 못한다’는 조항도 ‘모든 업종에 단일요율을 적용하라’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며 독소조항이라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금융위는 이 조항의 취지가 업종별 비용 차이가 별로 나지 않는데도 수수료율 격차가 크게 벌어져 있다면 이를 시정하라는 의미라고 해석하고 있다. 하지만 카드업계에선 수수료율 격차를 줄이다 보면 결국 모든 업종에 한 가지 수수료율을 적용하고 일부 예외를 인정하는 방식이 도입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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