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상호 군사전문기자의 軍 들여다보기]최전방 육군장교 ‘SSM 軍영외마트’ 논란에 e메일 하소연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2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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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부 한 모 사러 차로 20∼30분을 가야 하는 불편을 겪어보셨나요.”

강원도 최전방 지역에서 근무하는 한 육군 장교가 13일 보내온 e메일은 이렇게 시작했다. 그는 최근 대기업슈퍼마켓(SSM)의 군 영외마트 진출 논란에 대해 “전후방 격오지에 거주하는 군인 가족의 고충이 얼마나 심각한지 이해해 달라”고 요청했다.

그는 “그동안 부대 인근 영외마트에선 농수축산물과 채소를 팔지 않아 하는 수 없이 대형마트까지 먼 거리를 오가야 했다”며 “군인 가족이 찬거리 좀 쉽게 구입할 수 있도록 하는 게 그렇게 잘못된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아울러 “지역경제 살리기도 좋지만 군인 가족이 지역경제를 위해 무조건 희생해야 한다는 논리도 수긍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의 말대로 격오지에 살고 있는 군인 가족의 복지 수준은 여전히 열악하다. 지은 지 수십 년이 돼 녹물이 줄줄 나오는 노후관사가 아직도 많고, 강원과 경기 북부 등 최전방 지역의 군인아파트 주변엔 마트나 목욕탕 같은 기초적인 생활편의시설도 크게 부족한 실정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도심과 떨어진 외곽이나 전방지역에 근무하는 군인과 그 가족은 날로 불만이 높아지고 사기는 떨어지고 있다.

국방부가 지난해 말부터 영외마트에 SSM인 롯데슈퍼가 납품하는 ‘신선식품관’을 설치한 것도 군인 가족의 열악한 생활 여건을 개선하기 위해서였다. 국방부는 롯데슈퍼와의 계약에 따라 올해 안으로 전국 육해공군 영외마트 120곳 가운데 107곳에 신선식품관을 설치할 계획이다.

하지만 최근 SSM의 지방도시 진출 금지와 대형마트의 강제 휴무 등 고강도 규제가 잇따라 추진되면서 군 당국은 크게 당혹스러워하고 있다. 국방부 관계자는 “군이 SSM 확산을 부추겨 지방 상권을 위협하는 주범으로 비칠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많다”고 말했다.

국방부는 신선한 식품을 저렴하게 살 수 있어 군인 가족의 호응이 높고, 주변 상권의 가격 인하와 서비스 향상 효과가 있다고 해명하지만 정치권에선 그다지 호응을 얻지 못하고 있다. 이대로 추진하자니 지방경제 고사(枯死)에 군이 앞장선다는 비난이 두렵고, 계획을 재검토하자니 군내 불만이 우려돼 말 그대로 진퇴양난에 빠진 형국이다.

국방부는 지방 중소도시를 제외한 격오지의 영외마트 위주로 신선식품관을 설치하는 쪽으로 계약조건을 변경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군 관계자는 “군인 가족의 복지와 지역경제의 상생을 도모할 최선의 해법을 조속히 찾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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