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5시간 가까이 수색뒤 박스 5개 들고 퇴청
김성환 장관 "어떻게 책임질지 항상 고민"
"어쩌다 이 지경까지 됐는지 모르겠다."
대한민국의 얼굴인 외교통상부가 CNK사건으로 30일 검찰로부터 사상 첫 압수수색을 당하자 한 외교부 직원은 참담한 심경을 이렇게 표현했다.
그를 비롯한 외교부 직원들 사이에서는 금융당국과 감사원에 더해 검찰도 수사하고 있어 외교부도 조사 대상이 될 것으로 생각은 했지만, 갑자기 압수수색이 이뤄진 것에 대한 당혹감도 읽혔다.
실제 검찰은 10시 경 "압수수색을 위해 출발한다"고 외교부에 연락하고 10분 정도 뒤 사무실 문을 두드린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검찰은 검사와 수사관 등 8명 정도로 구성된 검찰 관계자들은 2명씩 1개조를 이뤄 에너지자원대사실 외에 대변인실과 아프리카과, 에너지팀도 전격 방문했다.
이들은 각 사무실에서 직원들과 면담하고 각종 서류 등을 챙겼다. 특히 아프리카과와 대변인실에서 보도자료 결재서류 등을 확보한 수사관들은 다시 에너지팀과 사무실이 붙어 있는 에너지자원대사실로 합류, 당시 외교전문 등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관계자들은 당시 카메룬 현지 공관에서 보낸 전문을 확인하기 위해 외교전문이 들어오는 외교정보시스템실도 방문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의 압수수색이 진행되는 동안 외교부는 뒤숭숭한 분위기가 계속됐지만, 일각에서는 "감사원과 금융당국이 다 조사했는데 추가로 더 나올 것은 없을 것"이란 말도 들린다. 검찰 수사 절차상 압수수색을 나오기는 했지만, 압수수색으로 새로운 사실이 드러날 것은 없을 것이란 기류인 셈이다.
검찰 관계자들이 처음에는 압수수색 때 사용하는 푸른 색의 검찰박스도 갖고 오지 않고 강하게 압수수색을 밀어붙이지도 않은 것도 이런 기류의 한 이유로 작용했다.
그러나 이날 10시10분 경 시작된 압수수색이 점심때를 지나 오후 2시40분까지 5시간 가까이 계속되자 "뭔가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일각에서 다시 나왔다. 특히 검찰 수사관들은 직원들과 면담 등을 통해 필요 서류를 확인하고 이를 복사하기도 하는 등 자료를 포괄적으로 확보하려고 애쓰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또 압수수색 시간이 길어지자 검찰 관계자들은 외교부 청사 밖으로 나가 점심을 먹고 오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은 압수수색이 끝날 무렵 빈 박스를 에너지자원대사실로 반입, 이 가운데 5개를 채우고 나왔다. 여기에는 컴퓨터 하드디스크 복사본과 외교전문 및 보도자료 사본 등 각종 서류가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압수수색을 마친 검찰 관계자들은 "압수수색이 왜 길었느냐", "무슨 자료를 중점적으로 압수했나" 등 취재진의 질문에 침묵을 지킨 채 타고온 미니버스를 타고 외교부 청사를 빠져나갔다.
한 외교부 관계자는 "외교부가 검찰로부터 압수수색당한 것은 이번이 처음 같다"면서 "다른 나라 외교관이 무슨 일 때문에 수사를 받았느냐고 물을 때 어찌 대답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한편 김성환 외교부 장관은 이날 오후 연합뉴스 및 보도전문채널 뉴스Y와의 인터뷰를 통해 "저로서는 낯을 들기 어렵다. 검찰 수사에 최대한 협력할 것"이라면서 "이런 일이 벌어진 것에 대해 국민께 죄송하다"면서 사과했다.
이어 "(감사원 감사결과는) 저도 충격이었다. 조직의 장으로 무한한 책임을 느끼고 있다"면서 "어떻게 하는 것이 책임을 지는 것인지 항상 고민하고 있다"며 앞으로 보도자료 심의위 구성과 고위공무원 청렴도 평가 등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하고 조직 쇄신을 하는데 '올인'할 것임을 시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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