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FTA 직권상정 임박…파국 치닫나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1월 20일 07시 07분


코멘트

내일 외통위 취소...24일 본회의 앞두고 전운 고조여야 협상파 막판조율..與온건파, 손학규 면담추진

한미FTA(자유무역협정) 비준안의 국회 처리 `디데이(D-day)'로 거론되는 24일을 나흘 앞두고 여의도에 전운이 감돌고 있다.

한나라당은 "더는 협상의 여지가 없다"며 국회법 절차에 따라 비준안에 대한 표결처리에 들어갈 태세이고, 이에 맞서 민주당은 여당이 단독처리를 강행할 경우 모든 수단을 동원해 결사 저지하겠다는 입장이다.

한나라당 황우여, 민주당 김진표 원내대표가 이날도 전화접촉을 갖고 해법을 모색했으나 별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정국은 여야간 물리적 충돌이 불가피한 상황으로 흘러가고 있다.

당장 한나라당은 금명간 박희태 국회의장에게 비준안의 본회의 직권상정을 공식요청할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과 민주노동당 등 야당 의원들의 점거농성으로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 차원의 비준안 처리가 사실상 불가능한 만큼 본회의로 `직행'하겠다는 것이다. 일각에선 21일 열릴 예정이던 외통위 전체회의가 취소된 것도 이런 기류와 무관치 않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남경필 외통위원장이 여전히 상임위 처리에 미련을 갖고 있지만 당 지도부는 여야간 충돌 횟수를 줄이기 위해서라도 본회의 `원샷' 처리로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나라당은 앞서 지난 17일 7시간여에 걸친 의원총회에서 비준안을 조속히 표결처리하되 처리 시기와 방식 등은 지도부에 일임키로 당론을 정한 바 있다.

핵심 당직자는 20일 전화통화에서 "현재로서는 직권상정 밖에 길이 없으며 조만간 박 의장에게 요청할 것"이라고 말했다. 남 위원장도 "당론이 정해진 만큼 지도부 방침대로 따라갈 수밖에 없다"고 털어놨다.

직권상정의 열쇠를 쥐고 있는 박 의장 역시 "더 중재노력을 할 수 있는 수단도 없고 방법도 없다"며 `결심'을 굳혀가는 분위기다.

민주당은 핵심 쟁점인 투자자국가소송제도(ISD) 재협상에 대한 양국 장관급 이상의 `문서합의'를 거듭 촉구하면서 이 전제 조건이 해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여당이비준안 단독처리를 시도하면 물리력을 동원해서라도 반드시 저지한다는 방침을 재확인했다.

김유정 원내대변인은 앞서 국회 브리핑에서 "한미FTA 비준안에 대한 강행처리는꿈도 꾸지 말라"며 "만일 민주당의 요구를 묵살하고 또 다시 강행처리에만 몰두한다면 이후 발생하는 모든 비극의 책임은 한나라당 정권에 있음을 경고한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이미 공동전선을 구축한 민주노동당은 물론 자유선진당 등 다른 야당과의 연대를 위해 물밑노력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여야 대치가 정점으로 치닫는 형국이지만 여야 협상파들은 마지막 희망의 끈을 놓지 않은 채 타협 노력을 계속하고 있다.

특히 한나라당 `국회바로세우기모임'과 초선의원 모임인 '민본21'은 강경 노선을 고수하고 있는 민주당 손학규 대표의 대승적 결단을 촉구하기 위해 21일 또는 22일 손 대표 면담을 추진 중이어서 성사 여부가 주목된다.

아울러 한나라당 홍정욱, 민주당 김성곤 의원을 중심으로 하는 여야 `6인 협의체'는 민주당이 제시한 ISD 재협상 문서합의 조건 등을 놓고 협의를 계속 진행중이다.

청와대와 여권 수뇌부는 "문서합의는 있을 수도 없고, 설령 받아온다고 해도 야당이 또 다른 조건을 내걸고 반대할 것"이라며 부정적 입장을 취하고 있다.

하지만 협상파들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닌 것은 안다"면서도 가능성을 완전히 차단하지 않은 채 파국을 막기 위한 노력을 다하고 있다.

디지털뉴스팀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