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TA비준안 분수령… 당청 “MB 오늘 국회방문 예정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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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1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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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학규 “빈손으로 오면 빈손으로 가야”

손학규-임태희, MB 국회방문 ‘신경전’ 손학규 민주당 대표(왼쪽)가 14일 국회 당 대표실을 찾은 임태희 대통령실장을 맞이하고 있다. 임 실장은 이명박 대통령이 국회를 방문하기 하루 전인 이날 김효재 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과 함께 손 대표를 찾아와 50여 분간 면담했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손학규-임태희, MB 국회방문 ‘신경전’ 손학규 민주당 대표(왼쪽)가 14일 국회 당 대표실을 찾은 임태희 대통령실장을 맞이하고 있다. 임 실장은 이명박 대통령이 국회를 방문하기 하루 전인 이날 김효재 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과 함께 손 대표를 찾아와 50여 분간 면담했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이명박 대통령이 15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 처리를 요청하기 위해 국회를 방문한다. 하지만 민주당은 투자자·국가소송제도(ISD)와 관련해 “진전된 성과를 가져와야 만날 수 있다”는 기존 방침을 고수하고 있어 이 대통령과 야당 지도부의 만남이 성사될지는 미지수다.

여권 핵심 관계자는 “민주당 측은 야권 통합 논의 일정 등을 감안해 20일 이후 방문하는 방안을 내놨지만 당청 회동에서 받아들이기가 어렵다는 방향으로 결론을 냈다”면서 “대통령의 국회 방문이 두 차례나 미뤄지는 것은 동방예의지국에 걸맞은 모습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날 당청 회동에는 한나라당 황우여 원내대표와 이명규 수석부대표, 임태희 대통령실장과 김효재 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이 참석했다.

이에 앞서 임 실장과 김 수석은 오전 국회를 방문해 민주당 손학규 대표를 만나 조속한 FTA 비준안 처리를 요청했다. 손 대표는 “빈손으로 올 것 같으면 빈손으로 가야 한다”고 잘라 말했다. 손 대표는 “대통령의 국회 방문에 대해 ‘(비준안) 강행 처리를 위한 수순 밟기 아니냐’는 의혹이 있다”며 “우리가 요구한 ISD의 폐기 문제에 대해 진전된 게 없으면 오지 않는 것이 좋다. 오히려 정부와 국회의 관계만 악화시킬 것이다”라고 했다.

이어 손 대표는 “ISD 조항만 문제가 있는 게 아니고 의약품 허가-특허 연계제도도 삭제돼야 한다”며 “10+2 재재협상안(미국과 재재협상할 10가지+국내에서 보완할 2가지 항목)에 대한 민주당의 기본 입장은 변화가 없다”고 강경론을 고수했다.

임 실장은 비공개 면담에서 “손 대표가 비준안 처리의 키를 쥐고 있으니 대승적으로 결단해 달라”고 거듭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임 실장은 최근 한미 통상당국이 교환한 서신에서 설립하기로 한 ‘서비스투자위원회’에서 ISD 문제를 논의할 수 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민주당 이용섭 대변인은 “(ISD 조항은) 국회가 비준하기 전에도 고치기 어렵다는데, 비준 뒤에는 고쳐지겠느냐”고 반문했다. 다만, 이 대변인은 “대통령이 비준안을 강행처리하지 않겠다고 약속하면 이를 새로운 제안으로 보고 만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국회 방문을 하루 앞둔 이 대통령은 이날 방송된 라디오·인터넷 연설을 통해 “일본 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 총리가 취임하면서 FTA 확대를 국가 제1 목표로 삼고, 특히 미국과의 FTA 체결을 큰 국가 목표로 설정했다”며 “한미 FTA는 국가의 생존전략으로 국가의 앞날을 위해 여야가 비준에 협조해 달라”고 거듭 촉구했다.

하지만 민주당이 강경한 태도를 고수함에 따라 15일 이 대통령의 국회 방문 이후 여당 내부에서 강행 처리하자는 목소리가 커질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까지 직접 설득에 나선 만큼 이제는 타협의 여지가 없다며 표결로 밀어붙여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한나라당이 강행 처리를 하기 위한 조건인 재적의원(295명) 과반수인 148석을 확보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현재 한나라당 의석수는 169석으로 단식농성 중인 정태근 의원 등 ‘국회 바로세우기 모임’ 소속 의원 21명이 물리적 충돌을 거부하고 있다. 게다가 농촌 지역구 의원들의 판단도 변수다. 5월 4일 한-유럽연합(EU) FTA 비준안 처리 과정에서 황영철 의원이 반대했고, 김성수 성윤환 송광호 여상규 정해걸 의원이 기권했다.

고성호 기자 sungho@donga.com  
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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