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 지도부, 재외국민 선거인 등록 앞두고 11일 방미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1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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겉으론 ‘첫 투표 점검’… 속내는 ‘표밭 다지기’

한나라당 지도부는 세계 각 공관에서 시작되는 재외국민선거인 등록 개시일에 맞춰 11일 미국을 방문할 예정이다. 사상 처음으로 실시되는 재외국민 투표의 선거전이 사실상 시작되는 것이다. 공직선거법에 따르면 선거일 전 150일부터 60일 사이 현지 공관에서 선거인 등록을 해야 하기 때문에 내년 4월 11일 국회의원 총선 일정을 감안하면 13일에 등록이 시작된다.

한나라당 관계자는 3일 “홍준표 대표가 미국 로스앤젤레스 등을 직접 방문할 예정이었지만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 처리와 당 개혁 방안 마련 등 현안이 산적해 있어 김정권 사무총장이 가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고 밝혔다.

당 지도부의 미국 방문에 대해 한나라당은 “처음으로 실시되는 재외국민 투표의 준비 상황을 현지에서 점검하고 교민 사회와 소통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선거인 등록을 앞두고 한나라당에 우호적인 교민들에게 “선거인으로 등록해 달라”고 독려하려는 의도도 깔려있다.

현행 공직선거법상 재외국민은 투표장이 설치된 재외공관을 직접 방문해 선거인 등록을 해야 한다. 이 때문에 지난해부터 정치권에선 “미국이나 중국 같은 나라에선 단순히 선거인 등록만을 위해 많은 돈과 시간을 소비해가며 먼 거리의 공관을 오갈 재외국민이 많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한나라당은 온라인 등록, 우편 등록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했지만 국회에서 개정안이 처리되지 못했다. 선거인 등록뿐 아니라 투표소까지 가는 거리도 문제다. 전체 재외국민 유권자는 229만5937명. 이 중 38%(87만9083명)를 차지하는 미국의 투표소는 뉴욕, 로스앤젤레스 등 주요 도시 12곳뿐이다. 중국도 15%(33만754명)나 되지만 투표소는 베이징, 상하이 등 9곳에만 설치될 예정이다.

이렇게 선거인 등록 자체가 번거로운 상황이라 여야 각 정당은 자기 당을 지지하는 사람이 얼마나 선거인으로 등록하느냐가 재외국민 투표에서의 승패를 좌우한다고 분석하고 있다. 한나라당 지도부가 이번 미국 방문길에 1000여 명의 교민을 한꺼번에 만나는 행사를 기획하고 교민사회 곳곳을 돌아보는 빡빡한 일정을 짜는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선거인 등록기간이 90일이기 때문에 한나라당을 시작으로 각 정당이 앞다퉈 선거인 동원 경쟁을 벌일 가능성도 크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사전선거운동 등을 단속하기 위해 재외공관 인력을 풀가동할 예정이다. 선관위는 △정책간담회나 기자회견을 열면서 참석자들에게 교통편의를 제공하거나 금품 음식물 등을 제공하는 행위 △정당 간부 등이 재외동포 간담회 때 특정 정당이나 입후보 예정자에 대한 지지를 호소하는 행위 △정당이 해외에 별도의 지부 또는 당원협의회를 설치하는 행위 △신문 방송 잡지 등에 기념일을 핑계로 국회의원, 입후보 예정자를 알리는 행위 등을 금지사항으로 각 정당에 통보했다.

최우열 기자 dns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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