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퇴임 후 거주할 논현동 사저 가보니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0월 19일 03시 00분


이웃 4층건물서 내부 훤히 보여… 인근 지구대 “경호 어려울 듯”


18일 촬영한 서울 강남구 논현동의 이명박 대통령 사저. 청와대는 집 주변에 높은 건물이 많아 경호에 어려움이 있다고 설명한 바 있다.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18일 촬영한 서울 강남구 논현동의 이명박 대통령 사저. 청와대는 집 주변에 높은 건물이 많아 경호에 어려움이 있다고 설명한 바 있다.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사방의 건물이 대부분 이명박 대통령의 자택보다 높아 옆 건물 위층에서 자택 앞마당을 훤히 내다볼 수 있는 구조인데 철통같은 경호가 필요한 사저로 쓰일 수 있을지 모르겠네요.”(서울 강남구 논현동 지구대 경찰관)

이명박 대통령이 퇴임 후 살기로 한 서울 강남구 논현동 29번지(새주소 학동로 23길 42) 자택 주변은 청와대의 설명대로 경호에 취약한 환경에 놓여 있었다. 동아일보 취재팀이 18일 현장을 둘러본 결과 이 대통령의 논현동 자택은 대로변에서 300m 정도 떨어진 3층짜리 단독주택이었다. 북쪽과 서쪽은 차와 사람들이 오가는 약 2m 너비의 골목에 접해 있었다. 이 골목길은 평소 인근 주민과 차량들이 수시로 오가는 길이다. 자택 정문에는 폐쇄회로(CC)TV 2대가, 10m쯤 떨어진 곳에는 방범초소가 있었다.

자택은 북쪽이 남쪽보다 높은 경사면 지대에 지어졌다. 북쪽의 4층 건물 발코니에선 자택 앞마당을 내려다볼 수 있었다. 자택 서쪽의 골목 건너편 4층짜리 빌라(논현로 139길 29번지)나 자택과 붙어 있는 남쪽 건물(학동로 23길 36)은 모두 맨 위층에서 사저를 내려다볼 수 있었다. 동쪽엔 자택과 비슷한 높이의 건물(학동로 25길 41)이 있었다. 이곳에서 만난 한 주민은 “경호처에서 자택 인근 건물을 구입하려고 알아보고 다닌다는 소문이 있다”고 말했다. 자택을 둘러싼 담장은 가장 높은 곳이 약 3m, 가장 낮은 곳이 약 2.2m였다. 가장 낮은 곳의 경우 성인 남성이 발판만 있다면 손쉽게 담을 넘을 수 있을 정도의 높이다.

자택에서 남쪽으로 300m 정도 떨어진 학동로 도로변에는 이 일대에서 가장 높은 15층짜리 주상복합 건물도 있었다. 사저 주변을 순찰하던 한 경찰관은 “300m 정도 떨어진 15층짜리 건물은 충분히 저격이 가능한 높이, 거리, 위치에 있다”고 설명했다.

이 대통령이 퇴임 뒤 논현동 사저로 돌아온다는 소식에 인근 주민은 엇갈린 반응을 보였다. 인근에 사는 주부 우모 씨(58)는 “이 좁은 땅에서 뭘 하겠느냐”며 “경호실이 들어올 자리도 없는데 괜히 무리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주부 안모 씨(47)는 “오랫동안 빈집이었는데 대통령이 들어온다니 반갑다”라면서도 “사저로 쓰기엔 대지가 좀 좁은 것 아닌가 싶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나 김대중 전 대통령 자택도 여기보다는 공간 여유가 많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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