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준 “박근혜, 남북축구서 태극기 들었다고 항의”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9월 4일 11시 2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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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몽준 `나의 도전 나의 열정' 자서전서 비화 공개
"대북송금 반대했다" "`국정동반자 신뢰' 무너져 노무현지지 철회"

한나라당 정몽준 전 대표는 4일 출간한 자서전 `나의 도전 나의 열정'을 통해 유력 대권주자인 박근혜 전 대표와 얼굴을 붉혔던 일을 비롯해 각종 비화를 공개했다.

정 전 대표는 자신의 어린 시절과 함께 기업인, 축구인, 정치인 정몽준으로서의 경험과 구상도 소개했다.

정 전 대표는 이날 낮 여의도 한 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한 데 이어 오는 6일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출판기념회를 개최한다.

여권 잠룡으로 꼽히는 정 전 대표는 이번 자서전 출간을 계기로 대권행보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박근혜, 남북축구서 태극기 들었다고 항의"

정 전 대표는 박근혜 전 대표가 2002년 5월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남북 축구경기 개최를 합의한 뒤 경기가 개최되는 과정에서 자신과 `충돌'한 일을 공개했다.

정 전 대표는 2002년 9월 남북 축구경기 당일을 회고하며 "박 전 대표가 먼저 경기장에 와있었는데, 나를 보더니 화난 얼굴로 왜 약속을 지키지 않느냐고 했다"며"무슨 소리인가 했더니 관중들이 한반도기를 들기로 했는데 왜 태극기를 들었느냐는것이었다"고 밝혔다.

또한 "경기 시작 전 붉은 악마가 `대한민국'을 외치자 박 전 대표는 구호로 `통일조국'을 외치기로 했는데 왜 약속을 지키지 않느냐고 다시 내게 항의했다"고도 했다.

그는 지난 2009년 9월 당 대표 취임 이후 가진 박 전 대표와의 회동 결과 브리핑을 둘러싼 마찰, 당 세종시특위 구성 과정에서의 겪은 박 전 대표와의 진통도 함께 소개했다.

이를 놓고 "화를 내는 박 전 대표의 전화 목소리가 하도 커서 같은 방에 있던 의원들이 걱정스러운 얼굴로 나를 바라보는 바람에 아주 민망했다", "마치 `아랫사람들'끼리 알아서 하라는 투로 들렸다"며 박 전 대표에 대한 불편한 감정을 감추지 않았다.

정 전 대표는 기자간담회에서 "박 전 대표를 비판하기보다 우리나라에서 제일 중요한 정치인이므로 경험했던 사례를 최소한 말하는 게 도리고, 국민도 알면 참고가 된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최근 박 전 대표의 포린어페어스 외교ㆍ안보 기고문에 대해 `대필' 의혹을 제기한 배경에 대한 즉답을 피하면서 "박 전 대표와 남북관계에 관해 진지하게대화할 기회가 있으면 한다"고 말했다.

◇노무현 지지철회 배경 설명

정 전 대표는 "20여년간 정치인생에서 나를 힘들게 한 때는 2002년 대통령 선거 마지막 순간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지지를 철회하던 밤"이라고 기억을 떠올렸다.

정 전 대표는 당시 상황에 대해 "단일화는 했지만, `반미(反美)면 어떠냐'는 노무현 후보의 인식이 바뀌어야만 (공동유세에) 합류할 수 있다고 강하게 주장했다"며"10여일간 협상을 벌인 끝에 한미 관계에 있어서만큼은 노 후보 쪽이 우리 입장을 따르기로 했다"고 소개했다.

그는 "노 후보 진영의 취약한 외교ㆍ안보 분야를 우리가 보완하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이었다"며 "이후 노 후보 측에서 나를 `국정동반자'라고 표현하기 시작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대선 전날 명동과 종로 유세에서 `국정동반자'에 대한 신뢰가 깨졌다고 밝혔다.

그는 "명동 유세에서 노 후보는 `북한과 미국이 싸우면 우리가 말리겠다'는 말을 하며 우리 쪽과 합의한 기본원칙을 완전히 뒤집었다"며 "종로 유세에서 노 후보가 정동영 의원을 데리고 (단상에) 올라갔다. 단일화와 공동정부를 나타내는 나와 노 후보의 협력 모습은 사라지고, 노 후보를 양옆의 두 사람이 떠받드는 이상한 모양이 연출됐다"고 회고했다.

그러면서 "지지 철회 후 나는 다음해 2월 초 현대전자 주가조작 사건으로 검찰 조사를 받았다"며 "또한 내가 주주로 있는 현대중공업은 노 대통령 재임 중 4개월 이상 세무사찰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대북송금 반대"

정 전 대표는 자서전을 통해 김대중정부 시절 현대의 대북사업 관련 인사들이 현대중공업 재정 담당 임원을 불러 "현대중공업에서 몇억 달러를 내놓으라"고 요구한 사실을 공개했다.

그는 "순간 남북정상회담을 위해 북한에 보낼 돈이란 생각이 들었다"며 "이틀 후 청와대 고위 인사를 만나 `회사 돈을 보내면 비밀이 지켜지겠느냐. 김대중 대통령을 이렇게 모시면 안된다'고 했고, 민주당 이해찬 정책위의장을 만나서도 같은 얘기를 했다"고 밝혔다.

그는 "결국 현대중공업에서 자금이 빠져나가지는 않았지만, 나중에 보니 현대상선 자금이 사용됐다"며 "퇴임 직전 김대중 전 대통령은 담화를 통해 모든 책임을 현대에 떠넘겼다"고 술회했다.

◇"안철수, 시장경제 지향…與 같이갈수도"

정 전 대표는 기자간담회에서 안 원장에 대해 "최소한 친북은 아닌 것 같고, 대기업에 대해 비판적이기는 하지만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를 지향한다고 이해한다"며 "한나라당과 같이 갈 수도 있다고 본다"고 전망했다.

또한 "안 원장을 지지하는 사람은 중도인 분이 많다"며 "안 원장이 중도에 잘 포진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푸틴 총리와 남북가스관 협의"

정 전 대표는 2022년 월드컵 유치차 지난해10월 러시아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총리와 만났을 때 `남북 가스관 사업'을 협의했다고 적었다.

당시 푸틴 총리는 액화 천연가스의 선박 운송을 통한 한국으로의 수출을 제시했으나, 정 전 대표는 북한을 경유하는 가스관을 건설, 수송하는 게 좋겠다는 의견을 내놓았다고 밝혔다.

정 전 대표는 "푸틴 총리는 `북한이 경유지인데, 문제를 일으키면 어떻게 하느냐'고 주저하는 모습이었고, 내가 `북한이 문제를 일으키면 러시아가 가스관을 잠그면 되지 않느냐. 북한에 주는 통과료도 가스로 주면 상관없을 것'이라고 설명하자 푸틴 총리는 긍정적 반응을 보였다"고 소개했다.

그는 기자간담회에서 "남북 가스관 사업이 진행되면 좋지만, 이 사업을 한다고 남북관계가 변화한다고 성급하게 생각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디지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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