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손학규 대표(왼쪽)와 김진표 원내대표가 26일 서울 영등포당사에서 열린 확대
간부회의 도중 웃음을 짓고 있다. 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는 여야 모두에 예기치 않은 ‘벼락 선거’다. 한나라당의 충격파가 상대적으로 더 크다. 홍준표 대표가 여러 차례 “10월 보궐선거는 없다”고 공언해온 탓이다. 여유 시간도 없다. 선거까지 남은 시간이 두 달밖에 안 돼 상대의 프레임(구도)에 갇히면 회복이 어렵다. 여야는 당분간 민심을 선점하기 위한 치열한 구도 싸움을 벌이며 필승 카드 물색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한나라당은 서울시장 보선을 제2의 ‘무상급식 주민투표’로 치를지, 완전히 새로운 콘셉트로 치를지 아직 정리되지 않은 분위기다.
일부에선 무상급식 주민투표의 승부를 종결짓자는 목소리가 나온다. 비록 주민투표에서 패했지만 25.7%의 유권자들을 다시 한 번 투표장으로 불러낼 수 있다면 해볼 만하다는 것이다. 무상급식 문제가 다시 선거 이슈가 되면 사실 한나라당으로선 선택의 여지도 별로 없다. 8·24주민투표를 통해 보수와 진보의 대립구도가 선명해진 상황에서 갑자기 복지노선을 바꾸기도 어렵다. 중도층을 잡겠다며 어설프게 ‘좌클릭’을 하는 순간 오히려 결집해 있는 보수층이 등을 돌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보수의 결집만으로는 승리를 장담하기 어렵다는 데 고민이 있다. 이 때문에 주민투표에 거리 두기를 해왔던 박근혜 전 대표가 선거 지원에 나설 수 있는 명분을 주기 위해 무상급식 찬반 구도가 아닌 전혀 새로운 선거 구도를 짜야 한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나아가 주민투표에 참여한 25.7%의 유권자들을 최대한 끌어안으면서 경쟁력 있는 후보를 내세워 ‘플러스알파’를 모색하자는 것이다. 나경원 최고위원 등 대중적 인지도가 높은 현역 의원을 내세울지, 외부 인사를 영입할지는 야당이 어떤 후보를 내느냐에 따라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다음 달 1, 2일 예정된 한나라당 의원 연찬회는 선거 전략의 가닥을 잡는 중요한 분기점이다.
서울시의회와 교육감, 기초단체장에 이어 서울시장까지 접수하겠다며 벼르는 민주당은 다음 달 19일 시작되는 국정감사를 1차 승부처로 삼고 있다. 서울시를 피감기관으로 선정해 ‘오세훈 국감’을 치르겠다는 것이다. 서울시의 문제점이 하나하나 드러나면 서울시장 보선에서 유리한 지형을 만들 수 있다는 계산이다. 지난달 집중호우 때 발생한 우면산 산사태는 국감의 핵심 타깃이다. 서울시의 부실한 대응과 피해자 보상 문제를 집중 제기할 태세다. 오 시장이 역점을 두고 추진해온 한강르네상스와 디자인서울, 광화문광장 사업도 민주당의 공격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민주당은 성급한 자신감은 역풍을 부를 수도 있다는 판단하에 ‘낮은 자세’를 강조하고 있다. 서울시장까지 민주당이 싹쓸이하는 것에 따른 견제심리가 작동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손학규 대표는 이날 확대간부회의에서 “주민투표의 승리는 어디까지나 서울시민의 승리, 국민의 승리”라며 “우리는 몸가짐을 단정히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구체적인 공천 방식에 대한 논의는 29일 열리는 최고위원회의 때부터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여러 후보가 거론되고 있어 전략공천보다는 경선 방식을 택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정장선 사무총장은 “갑작스러운 보선으로 시한이 촉박하지만 최고위원회의에서 충분히 논의해 공정한 공천 방식을 정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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