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동해를 일본해로 단독표기’ 지지 파문 확산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8월 9일 15시 3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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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무부 공식 재확인..국내 정치권 강력 반발
정부 "계속 노력"..외교적 파장 커져

미국이 국제수로기구(IHO)에 '동해'를 '일본해'로 단독표기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출한 것을 계기로 촉발된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미 국무부는 일본해 단독표기 방침을 공식적으로 재확인하고 나섰고, 이에 국내 정치권이 강력히 반발하며 즉각적인 시정을 촉구하고 나서 정치·외교적 파장이 커지고 있다.

마크 토너 미 국무부 부대변인은 8일(현지시간) 정례브리핑에서 미국이 동해를 일본해로 단독 표기해야 한다는 의견을 최근 IHO에 제출했다는 연합뉴스 기사에 대한논평을 요구받고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표기인 '일본해'를 우리 역시 사용하고 있다고 믿는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일본해를 단독으로 사용하는 것이 국무부의 입장이냐'는 질문에 "미국은 지명위원회(United States Board on Geographic Names.BGN)에 의해 결정된 표기들을 사용한다"며 BGN의 기준에 맞는 표기가 '일본해'임을 재확인했다.

이는 미국이 IHO에 제출한 일본해 단독표기 의견을 공식 확인한 것으로, 앞으로 IHO를 상대로 동해·일본해 병행표기를 추진 중인 우리 정부의 외교적 대응노력에 상당한 난관이 예상된다.

우리 정부는 미국이 일방적으로 일본을 두둔하는 것이라고 반발하면서도 미국과의 양자관계를 의식해 공개적으로 대립하는 모양새는 피하면서 동해와 일본해 표기가 병행될 수 있도록 외교적 설득노력에 총력을 기울이기로 했다.

외교통상부 신맹호 부대변인은 9일 정례브리핑에서 "미 국무부 부대변인이 언급한 것은 미국이 오랫동안 유지해온 기존의 동해표기에 관한 입장을 재차 반복한 것"이라면서 "그간 국제사회 내의 동해표기 확산을 위해 국제기구 차원과 주요국들과의양자 차원에서 다방면의 노력을 해왔다"고 밝혔다.

신 부대변인은 "이런 맥락에서 우리가 미국과 긴밀히 협력해왔고 앞으로도 우리의 입장을 반영하기 위한 노력을 계속해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정치권은 이날 여야 구분없이 미국의 일본해 단독표기 방침에 대해 강력하게 반발했다.

한나라당 홍준표 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 당대표실에서 캐슬린 스티븐스 주한 미국대사와 면담하면서 " (동해를) 일본해로 표기하는 것은 대한민국으로서는 참으로 중요한 문제"라면서 "일본해 단독표기가 아닌 동해, 이스트 시(East Sea)로 병행 표기되도록 해 달라"고 요청했다.

같은 당 이주영 정책위의장은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동해는 민족의 정체성이 녹아있는 아주 상징적인 바다인데 다른 나라에서 일본해라고 이름을 바꿔 함부로 의견을 낸다는 것에 정말 어처구니가 없다"면서 "국민이 경악하고 분노를 금치 못한다는 입장을 미 정부에 확실히 전달하고 예정된 IHO 총회에서 모든 외교력을 총동원해 시정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 여당 간사인 한나라당 유기준 의원은 평화방송 라디오'열린세상 오늘'에 출연, "우리가 (너무) 차분하고 조용한 외교행보를 보였다는 비판이 있을 수 있다"면서 "미국이 일방적으로 일본 입장을 두둔한 것이라면 강력히 대응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민주당 전병헌 의원은 보도자료에서 "한미동맹을 외면한 일방적인 '일본 편들기'이며 이명박 정부의 한심하고 무능한 외교력을 여실히 보여주는 것"이라면서 "정부는 대미 외교역량을 총동원해 최소한 동해 병기표기만이라도 미국 측에 관철시켜야 한다"고 밝혔다.

이처럼 국내 정치권까지 반발하면서 외교당국으로서는 국민적 정서를 감안한 강도 높고 지속적인 외교적 대응에 나설 것으로 보이며 한·일 간 외교전이 가일층 첨예하게 전개될 것으로 예상된다.

디지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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