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손에는 총을 다른 한 손엔 낫 들고…” 北 주민들에게 ‘군량미 보내기’ 선동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7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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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량난을 겪고 있는 북한이 ‘군대에 쌀을 보내자’는 주민선동까지 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17일 정부 당국에 따르면 북한의 대내용 라디오방송인 조선중앙방송은 4일 평양 시민 10만여 명이 김일성광장에 모여 ‘이명박 패당의 죄행을 단죄·규탄하는 군·민 대회’를 열었다고 보도하면서 이 대회에 참석한 김영복 만경대 남새공장관리위원장의 발언을 전했다.

“우리 농업 근로자들은 지난 조국해방전쟁 시기 농업 전사들처럼 한 손에는 총을, 다른 한 손에는 낫을 들고 올해 농업생산에서 결정적 전환을 일으켜 우리 군대에 더 많은 군량미를 보내주기 위한 투쟁에 한 몸 바쳐 나가겠다”는 내용이었다.

군량미 보내기 운동을 선동하는 이 발언은 식량 배분의 우선순위에 있는 군대도 식량난을 겪고 있음을 인정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대북 인권단체인 ‘좋은벗들’이 최근 소식지를 통해 “북한 군부대의 식량부족으로 신병훈련소에서 탈영병이 속출하거나 탈영병이 강도짓을 하는 사례가 줄을 잇고 있다”고 전한 것도 이를 뒷받침한다.

그러나 북한의 대외용 매체인 조선중앙통신은 같은 행사 장면을 보도하면서 ‘군량미 보내기 투쟁’ 부분을 삭제해 내보냈다. 조선중앙TV도 군량미 관련 부분은 뺀 채 행사 내용을 전했다. 북한으로 들어가는 구호단체들의 지원 식량이 취약계층이 아닌 군대로 들어가고 있다는 국제사회의 비판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정부 고위 당국자는 대북 지원 식량의 군량미 전용 의혹에 대해 “북한 내부에서 ‘식량 군출(軍出)’이라 할 수 있는 일종의 식량모금 활동이 공개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볼 때 상당히 타당성이 있다”고 말했다.

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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