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경 ‘수사권 조정’ 이뤄지면 이런 일 없어질까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6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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警 “보해저축銀 비리 4년전 적발… 4차례 기소의견 檢이 묵살”
수사담당 부서 검사출신이 처벌대상 은행대표 변호… 전관예우 의혹까지 제기

광주지검이 현재 수사 중인 보해저축은행 불법대출 사건과 관련해 경찰이 4년 전 관계자들을 처벌하려 했으나 검찰의 줄기찬 무혐의 처리 지휘에 처벌을 하지 못했던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 당시 처벌 대상이었던 이 은행 대표의 변호를 맡은 변호사는 직전까지 이 수사를 담당했던 부서의 부장검사였던 것으로 확인돼 전관예우 의혹도 일고 있다.

21일 광주지방경찰청 관계자 등에 따르면 2007년 7월 당시 광주 세하지구 택지개발 도면 유출사건을 수사 중이던 광주서부경찰서는 프로젝트파이낸싱(PF) 과정에서 보해저축은행의 대규모 불법대출 정황을 파악했다. 경찰은 당시 광주 H건설사가 2006년부터 이 은행으로부터 100억 원 이상을 대출받아 세하지구 5만7000m²를 공시지가(5만∼7만 원)보다 10배 정도 높은 가격에 사들인 사실도 밝혀냈다. 경찰은 당시 이 은행이 H건설사의 담보능력이 부족한데도 대출을 해준 데다 동일인 대출한도까지 어긴 혐의 등으로 보해저축은행 오문철 대표(57·구속)를 업무상 배임 등 혐의로 불구속하고 건설사 대표 방모 씨(52)는 구속하자는 의견을 검찰에 냈다. 하지만 당시 광주지검 특수부는 ‘보강수사’ 지휘를 내렸고 네 차례에 걸친 경찰의 기소 의견을 무시한 채 결국 모두 무혐의 처리하도록 수사지휘를 거듭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 사건을 직접 지휘한 조모 검사(40)는 “경찰이 상황보고를 하는데 증거는 거의 없고 진술밖에 없어 보강수사를 하라고 지휘했다”며 “소문만 갖고 압수수색 영장을 치겠다고 해서 기각을 했다. 압수수색 영장도 받기 어려울 만큼 수사가 엉망이었는데 그때도 (경찰이) 언론플레이를 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오 씨는 올 4월 광주지검 특수부에 의해 6000억 원대에 이르는 이 은행 불법대출을 주도한 혐의 등으로 구속됐으며 방 씨도 함께 구속 기소됐다.

경찰 관계자는 “당시 담보도 없이 100억 원이 넘는 대출이 이뤄진 점으로 미뤄 범죄 사실이 충분하다고 판단해 기소 의견을 냈다”며 “4년 전에 보해저축은행에 대한 수사가 이뤄졌다면 피해 규모를 지금보다 훨씬 줄일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경찰은 “네 차례나 기소의견을 냈다면 수사가 부실했다고 말할 수 없는 것 아니냐”며 “4년 전과 판단이 완전히 달라졌다는 것이 이해가 안 간다”고 말했다.

더욱이 경찰 수사 당시 오 씨의 변호를 맡았던 용모 변호사(44)는 문제의 사건 직전까지 광주지검 특수부장으로 재직하다 개업해 용 변호사가 검찰의 수사지휘에 영향력을 행사한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광주=김권 기자 goqu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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