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 ‘총선 공포’]黨쇄신 명분쌓고, 친박 손잡고… 소장파 발빠른 ‘총선 행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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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5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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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나라 ‘쇄신의 핵’ 소장파

“모든 길은 로마로 통하는 것처럼 소장파들의 모든 행보도 내년 4월 총선으로 향한다.”

황우여 원내대표 체제를 출범시킨 ‘5·6 권력이동’을 계기로 정치권에 ‘쇄신풍’을 일으키고 있는 한나라당 소장파들의 움직임에 대해 중립 성향의 당내 중진 의원은 9일 이렇게 정리했다. 그는 “소장파들은 혁신과 변화라는 누구도 저항할 수 없는 명제를 내세워 당내 주도권을 장악해 결국 내년 총선 지형을 유리하게 만들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만큼 요즘 ‘새로운 한나라’를 중심으로 한 소장파의 행보는 이례적으로 거침없고 조직적이다. 한때 ‘오렌지’로 불리며 한나라당 ‘웰빙 정치’의 상징으로 통했지만 요새는 이 기세를 내년 총선까지 밀고 가겠다는 태도다.

○ 당정청 소장파 재결집 움직임

소장파의 핵심인 남경필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장은 9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5월 6일 이후 이제 한나라당 내 주요 결정은 의원들의 몫이다. 당내 권력은 의총에서 나온다”며 “안상수 전 대표 체제에서 구성된 비상대책위원회의 적절성은 11일 소집될 의총에서 결정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물러나는 지도부가 비대위원장을 결정한다는 구시대적 정치 행태 자체가 혁신 대상”이라고 친이(친이명박) 구주류를 정조준했다.

한나라당 소장파의 행보와 관련해 당정청 내 분포한 여권 소장파가 이번 ‘5·6 권력이동’을 계기로 재결속하는 움직임도 감지되고 있다.

당내에서는 남경필 정두언 나경원 구상찬 김성식 김성태 정태근 의원 등 20여 명이 ‘새로운 한나라’ 모임을 축으로 활발하게 규합하고 있다. 8일 오후까지 40여 명으로 세를 불린 이들은 9일에도 개별적으로 모이거나 수시로 통화하며 대처방안을 논의했다. 당내 일각에서는 17대 한나라당 소장파를 상징했던 ‘남원정’(남경필 원희룡 정병국)에서 요새는 ‘남정김’(남경필 정두언 김성식)으로 바뀌었다는 말도 나온다.

청와대에는 17대 한나라당 소장파 모임이었던 ‘새정치 수요모임’ 멤버들이 포진하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의 핵심 측근이기도 한 박형준 대통령사회특보는 소장파들에게 오랫동안 정치 혁신과 관련한 이론적 자양분을 제공해왔다. 김희정 청와대 대변인, 이성권 대통령시민사회비서관 등도 당내 소장파들과 네트워크를 유지하고 있다. 박 특보와 김 대변인은 18대 총선에서 낙선했고 이 비서관은 낙천해 모두 내년 총선에서 재기의 칼을 갈고 있다. 김 대변인과 이 비서관은 조만간 단행될 청와대 비서실 개편 과정에서 ‘출마조’로 분류되면 여의도로 돌아올 공산이 크다. 정부에는 ‘남원정’ 중 한 명이었던 정병국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핵심으로 꼽힌다.

○ 소장파-친박계 제휴, 신뢰 회복 우선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직후 박근혜 당시 대표 체제를 지지했던 소장파는 이번 경선에서 황 원내대표를 친박계와 함께 만들어내 7년 만에 박 전 대표와 제휴하게 됐다. 당 안팎에서는 친이계를 구주류로 몰아내는 데 성공한 소장파-친박계 연대가 일단 7월 전당대회까지는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당내 한 재선 의원은 “친이계가 전대에서 가만히 앉아 당할 가능성은 낮은 만큼 어떤 식으로든 양 측을 대표하는 후보를 낼 것”이라며 “박 전 대표가 내년 총선부터 움직이겠다고 공표한 만큼 친박계 후보보다는 소장파 후보가 나설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하지만 양 측의 연대가 내년 총선까지 계속되려면 몇 가지 고비를 넘어야 한다. 무엇보다 소장파와 박 전 대표가 2004년 말 정기국회에서 국가보안법 개폐 문제를 놓고 정면 대립하며 결별한 적이 있는 만큼, 정치인의 생명줄인 공천권을 논의할 수준으로 상호간 신뢰 회복이 이뤄져야 한다. 또 이들과 함께 황 원내대표 체제를 만드는 데 결정적으로 기여하며 ‘신주류’의 한 축으로 부상한 이상득 전 국회부의장계와의 제휴 시기와 방법에 대해서도 다양한 관측이 쏟아지고 있다.

이승헌 기자 dd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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