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장들 “대기업의 부실계열사 꼬리자르기 개탄”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3월 30일 03시 00분


코멘트

“법정관리-워크아웃 신청통해 책임 떠넘겨… 대출심사 강화”

LIG그룹과 효성그룹 등 대기업들이 계열 건설사들의 자금난을 책임지지 않고 외면하는 ‘꼬리 자르기’ 행태에 대해 시중은행장들이 일제히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은행권에서는 앞으로 대기업그룹 계열사에 대한 여신 심사를 더욱 철저히 하겠다는 방침이다.

29일 은행권에 따르면 신동규 전국은행연합회장과 민병덕 국민은행장, 이순우 우리은행장, 서진원 신한은행장 등 주요 시중은행장들은 28일 월례 간담회에서 최근 잇따르는 대기업들의 부실 계열사 버리기 행태를 일제히 비난했다.

신 회장은 동아일보와의 전화에서 “대기업들이 계열사 부실을 일방적으로 은행권에 떠넘기는 사례가 잇따르는 현 상황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가 많았다”고 전했다. 그는 “은행권이 이런 상황에 대해 공동으로 대처할 수 있는 뾰족한 방법이 없는 만큼 앞으로 대출할 때 대기업그룹 계열사라는 사실에 의존하지 말고 대출심사를 더욱 철저히 할 수밖에 없다는 의견이 나왔다”고 덧붙였다.

간담회에 참석한 한 시중은행장도 “LIG나 효성 같은 행태가 이어지고 있어서 매우 안타깝다”며 “대기업이 그렇게 꼬리 자르기를 하면 어떻게 믿고 대출을 해줄 수가 있겠느냐”고 말했다. 다른 시중은행장도 “계열사 부실을 자체적으로 해결하려는 노력도 없이 일방적으로 법정관리를 신청하게 되면 신뢰가 근간이 되는 금융질서가 무너질까 걱정된다”고 개탄했다.

금융감독원의 한 관계자도 “대기업 계열사의 부실이 은행권으로 전이되는 상황에 대해 면밀히 들여다보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LIG건설은 21일 채권단과 논의 없이 법정관리를 신청했고, 효성그룹 계열 진흥기업도 2월 모그룹 지원을 통한 자체 회생노력 없이 바로 워크아웃을 신청했다. 특히 LIG건설은 법정관리신청 열흘 전에 42억 원어치의 기업어음(CP)을 발행해 부도덕한 행위라는 비난을 샀다. 법원이 LIG건설 법정관리를 승인하면 담보가 없는 CP 투자자들은 최악의 경우 원금을 잃을 수 있다.

차지완 기자 cha@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