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만에 다시 가본 북한… 유든 英대사의 3박 4일 방문기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3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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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 시장 쇠고기 사라져… 식품류 급감”

최근 북한을 방문하고 돌아온 마틴 유든 주한 영국대사(사진)가 24일 방북 후기를 자신의 블로그(blogs.fco.gov.uk/roller/uden)에 올렸다. 북한 주재 영국대사도 겸하고 있는 유든 대사는 동일본 대지진이 일어난 11일부터 3박 4일 일정으로 북한을 방문했다.

유든 대사는 이 글에서 “기회가 있을 때마다 평양에 바깥세상의 진짜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다른 방법을 확보해야 한다”며 “지난 크리스마스 때 북한 TV에 방영된 영화 ‘슈팅 라이크 베컴’(2002년 작)이 그런 사례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슈팅 라이크 베컴은 가족의 반대를 무릅쓰고 축구를 하는 인도계 영국 소녀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다.

그는 이어 “북한 관리들을 런던으로 데려갈 수 있을 것”이라며 “세계가 북한이나 북한 주민의 반대편에 서 있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은 가치가 있다”고 강조했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26일 최태복 최고인민회의 의장 일행이 영국으로 향했다고 전했다. 최 의장은 영국 의회와 법원을 방문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유든 대사는 “이번 방문은 영국대사관이 평양에 있어 이뤄졌지만 우리가 이루고자 하는 것에 대한 한계도 보여준다”며 “북한에 관여할 수단이 없으면 북한에 영향을 줄 기회가 없고 진실한 대화를 위한 기회도 줄어들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그런 현실을 보여주는 사례로 그가 만난 북한 외무성과 노동당 관계자들을 들었다. 그들은 간단한 질문에도 미리 준비된 이념적 설명으로 가득한 말을 20∼40분간 했다고 유든 대사는 전했다.

“슬프게도 남북 대화에 대한 북한 사람들의 메시지는 내가 서울에 있는 그들의 카운터파트(한국 당국자)에게서 들은 내용과 비슷했다. 프로세스에 필요한 신뢰의 기초가 현재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다른 쪽(한국 당국자들)은 (그것을) ‘진정성’의 부족이라고 표현했다.”

유든 대사는 “동일본 대지진이 금요일(11일) 오후에 일어났는데도 (북한) 통역관들은 일요일(13일)에도 그 사실을 몰랐다”며 “북한 매체들이 왜 이 사실을 14일까지 비밀에 부쳤는지 알 수 없었지만 당국이 정보의 원천을 완전히 통제하고 있음을 웅변하는 사례”라고 전했다.

그는 2008년 방문했던 평양 동일시장을 다시 찾았다며 한층 열악해진 식량 사정을 전했다. “2008년에는 상당한 양의 쇠고기와 돼지고기가 판매됐지만 이번에는 쇠고기는 전혀 볼 수 없었고 소량의 돼지고기만 있었다. 녹황색 채소는 거의 찾을 수 없었다. 배추는 전혀 없었다. 전체적으로 2008년보다 다양성이나 양에서 상당히 부족하다고 느꼈다.”

반면 시장에서 판매되고 있는 컴퓨터 주변기기와 디지털카메라의 수준은 2008년보다 높아졌다고 평가했다. 또 휴대전화는 없었지만 수많은 휴대전화 주변기기가 있었다고 전했다. 그는 또 원산 방문 결과를 전하며 “들판에서 수천 명의 사람이 일하고 있었지만 트랙터는 10대밖에 없었다. 지독한 육체노동이 이뤄지고 있었다”고 소개했다.

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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