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政資法 기습처리 후폭풍]검찰 “수사 무력화 노린 입법 쿠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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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3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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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조계 “위헌적 입법” 비판… 시민단체 “낙선운동 전개”… 누리꾼 “디도스 정치자금법”

4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가 기습적으로 정치자금법 개정안을 처리한 데 대해 검찰은 공식 반응을 내놓지 않았다. 그러나 검찰 내에서는 “기업이나 노조, 이익단체 등이 회사 직원이나 노조원 등의 명의를 빌려 정치자금을 기부하는 불법 행위에 대한 수사를 무력화하려는 ‘입법 쿠데타’”라는 등의 비판이 쏟아져 나왔다.

재경 지검의 한 부장검사는 “개정안이 이대로 통과되면 법률상의 공백이 크다”며 “특히 법인이나 단체의 자금이거나 후원을 강요한 정황이 명백할 경우에만 처벌하도록 한 것은 각종 후원금 관련 비리 수사를 어렵게 만드는 독소조항”이라는 의견을 냈다. 또 다른 검찰 관계자는 “앞으로 정치자금법과 관련된 수사는 하지 말라는 얘기나 마찬가지”라며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다면 시대의 양심도 사라지는 꼴”이라고 말했다.

법조계에서는 헌법재판소가 지난해 12월 합헌 결정을 내렸는데도 ‘위헌 소지가 있다’며 법 개정에 나선 것은 ‘위헌적 입법’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특별수사통 검사 출신인 한 변호사는 “법인과 단체가 관련된 자금으로 정치자금을 기부하지 못하도록 한 조항을 헌재가 정경유착 차단이라는 공익적 목적의 합헌 조항이라고 판단했는데 국회가 이를 무시하겠다는 것은 황당한 발상”이라며 “기업과 단체의 돈을 쪼개서 기부할 수 있도록 한 ‘쪼개기 합법화’”라고 비판했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국회가 본회의에서 법 개정안을 절대로 통과시켜서는 안 되며, 만약 본회의에서도 법 개정안이 통과된다면 이명박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왔다.

시민사회단체들과 누리꾼들도 일제히 반대 목소리를 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6일 논평을 통해 “국민이 위임한 입법권을 국회의원 자신을 위해 악용한 반민주적이고 추악한 행태”라며 “개정안을 강행 처리한다면 법 개정과 관련된 모든 국회의원을 상대로 내년 4월 19대 총선에서 낙선운동을 전개할 것”이라고 밝혔다. 참여연대 의정감시센터도 논평을 내고 “이번과 같은 땜질식 처방과 성급한 처리는 국민적 비판을 초래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트위터 등에는 ‘역겨운 국회’ 등의 격렬한 표현을 동원해 정치자금법 개정안 처리를 비난하는 글이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다. 한 누리꾼은 “이번 정치자금법은 디도스(DDos·분산서비스 거부)처럼 기업이나 단체가 입법로비를 하고자 직원을 이용해 정치자금을 편법으로 분산 지원할 길을 열어주었다. 이는 ‘디도스 정치자금법’이다”라고 꼬집었다.

이서현 기자 baltika7@donga.com
강경석 기자 coolu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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