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목회로비, 이젠 합법”… 政資法개악 기습처리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3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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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말 여론뭇매 무산 법안… 국회 행안위 10분만에 의결

국회 행정안전위원회가 4일 사실상 입법로비를 허용하는 내용의 정치자금법 개정안을 기습처리했다. 이는 행안위가 지난해 말 처리하려다 여론의 뭇매를 맞고 무산됐던 법안이다. 이 법안이 통과되면 전국청원경찰친목협의회(청목회)의 입법로비 의혹 사건도 처벌 조항이 없어져 정치개혁의 후퇴라는 비판이 거셀 것으로 보인다.

행안위는 이날 일정에 없던 정치자금개선소위를 기습적으로 열어 3개 조항만을 바꾼 뒤 전체회의에 상정해 10분 만에 의결했다. 이날 법안은 표결 없이 여야 합의로 처리돼 법제사법위원회로 넘겨졌다.

개정안은 먼저 제31조 2항의 ‘누구든지 국내외의 법인 또는 단체와 관련된 자금으로 정치자금을 기부할 수 없다’는 조항에서 ‘단체와 관련된 자금’을 ‘단체의 자금’으로 바꿨다. 기부받은 정치자금이 ‘단체의 자금’이란 사실이 명확할 때만 처벌할 수 있게 한 것이다. 개정안이 본회의까지 통과되면 청목회 사건처럼 특정 이익단체가 소속 회원들의 이름으로 후원금을 기부한다 해도 처벌할 수 없게 된다.

또한 제32조 3호의 ‘공무원이 담당·처리하는 사무에 관해 청탁 또는 알선하는 일에 정치자금을 기부하거나 받을 수 없다’는 조항에서 ‘공무원’을 ‘본인(국회의원을 지칭) 외의 다른 공무원’으로 바꿨다. 공무원에 대한 청탁의 대가로 받는 자금이라 해도 국회의원 본인의 업무와 관련되는 사안이라면 처벌할 수 없도록 한 것이다.

이 2개 조항은 특히 검찰이 청목회 사건에서 여야 국회의원 6명을 기소할 때 적용한 것으로, 해당 개정안이 본회의를 통과하면 이들 의원은 면소판결을 받게 된다. 이 밖에 행안위는 ‘누구든지 업무·고용 등의 관계를 이용해 부당하게 타인의 의사를 억압하는 방법으로 기부를 알선할 수 없다’는 조항(33조)을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관계를 이용해 강요하는 경우에 한해 기부를 알선할 수 없다’고 변경했다. 기존 조항은 경찰이 ‘농협의 불법 정치후원금 의혹’ 수사에서 적용한 조항이다.

김기현 기자 kimki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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