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FTA, 상반기 美의회 비준 ‘먹구름’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3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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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화 “콜롬비아-파나마 FTA, 한국과 일괄처리”
부시가 맺은 부실협정 ‘끼워팔기’에 차질 우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올봄 미국 의회 비준에 먹구름이 끼고 있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는 지난해 12월에 최종 타결된 한미 FTA에 대한 올봄 비준 동의 의지를 여러 차례 표명해왔다.

3월에 한미 FTA 미 의회 비준안 제출 및 통과가 어려워지고 있는 이유는 크게 세 가지다. 하원 다수당을 차지한 공화당 내에서 한미 FTA와 함께 미-콜롬비아, 미-파나마 FTA를 일괄 비준해야 한다는 주장이 강력히 제기되고 있다. 콜롬비아, 파나마 FTA는 전임 조지 W 부시 대통령 시절에 체결됐는데 노조와 민주당 측의 반대가 매우 심한 사안이다. 따라서 두 FTA의 의회 상정이 이루어지도록 논의가 진전되려면 시간이 한참 더 필요한 상황이다.

워싱턴 외교소식통은 “공화당 내에는 콜롬비아, 파나마 FTA는 미국에 가져다줄 경제적 실익이 크지 않기 때문에 한미 FTA와 연계하지 않을 경우 오바마 대통령이 포기해버릴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가 팽배해 있다”고 말했다.

올해 초에 시작된 2012 회계연도 예산전쟁이 양당 간에 한 치의 양보 없는 대결양상으로 비화한 것도 한미 FTA 추진에는 악재다. 재정적자를 감축하기 위해 연방정부의 즉각적인 예산 삭감을 주장하는 공화당에 행정부와 민주당은 정부 폐쇄 불사 등 강수를 두며 맞서고 있다. 양당의 첨예한 대치 상황에서는 FTA 이행 법안을 제출해 봐야 부결될 가능성이 높다. 이 때문에 오마바 행정부는 예산안 처리 이후로 법안 제출을 미뤄 놓은 상태다.

의회에서 FTA 처리 문제를 다룰 주요 상임위원장과 소위원장들의 태도도 변수다. 하원 세입위 무역소위원장인 공화당의 케빈 브래디 의원은 올해 상반기에 3개 FTA를 하나로 묶어 무역소위에 제출할 것을 정부에 요구한 상태다. 쇠고기 주산지인 몬태나 주 출신으로 상원 재무위원장인 민주당의 맥스 보커스 상원의원은 여전히 “쇠고기의 전면 수입개방이 이뤄지지 않으면 한미 FTA 비준에 동의할 수 없다”고 버티고 있다.

2일 AP통신은 “여야 간 정쟁 때문에 한미 FTA가 선로를 이탈할 위기에 놓여 있다”고 보도했다. 뉴욕타임스도 “올봄에 한미 FTA 비준이 이루어지도록 한다는 미 정부의 기대는 실현 가능성이 높지 않아 보인다”고 전했다.

워싱턴=하태원 특파원 triplet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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